오연천 서울대 총장, 농성 학생들과 만났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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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연천(사진) 서울대 총장이 6일 법인화 추진을 반대하며 8일째 본관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 토론회를 열었다. 오 총장과 보직 교수들은 당초 “학생들이 농성을 풀기 전에는 대화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방침을 바꾼 것이다.

 학생들은 1층 현관부터 4층 대회의실까지 일렬로 늘어서 오 총장을 맞는 등 총장과의 대화에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양측은 견해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며 점거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학생 측 주장의 핵심은 대학본부가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지윤(22·인류학과 4학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이날 “2009년 학생 총투표에서 80%가 법인화에 반대했는데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평의원회가 승인했다고 하나 평의원회에는 학생과 직원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법인화위원장을 지낸 박성현 명예교수는 “법인화위원회는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설문조사 등 많은 노력을 했다”며 “다만 등록금이나 재정 확충, 운영체제 등이 확정되지 않아 그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묻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법인설립준비위원회를 일방적으로 구성했다는 학생들의 지적에 오 총장은 “설립준비위는 경륜 있는 분들이 모이는 상징적인 자리”라며 “학생들에게는 실제 정관과 학칙을 결정하는 실행위원회의 학생분과위 등에 참여하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법인화를 둘러싼 내홍은 지난해 12월 서울대 법인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본격화했다. 올해 3월 31일에는 서울대 공무원노조 등 직원 200여 명이 오 총장을 사실상 감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서울대가 법인화하면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으로 돼 있는 서울대가 독립 법인이 된다. 하지만 국가의 예산 지원은 계속된다. 정부 산하 기관에 지급되듯 항목별로 지원되던 예산이 총액 기준으로 지원돼 서울대가 자율적으로 예산 운용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현재는 사업 다각화가 제한돼 있지만 법인화 이후엔 각종 수익사업을 할 수 있고 학교채도 발행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라 제한돼 있는 교수 채용과 처우도 법인화 이후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학생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서울대가 자율적으로 예산 운용을 하게 되면 자칫 등록금이 크게 오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또 직원들은 공무원 신분을 잃게 돼 정리해고나 성과급제 대상이 될 가능성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박성우·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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