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정만 박사가 자신이 제작에 참여했던 3대 국새를 보면서 5대 국새 합금과 형상 등을 구상하고 있다. 5대 국새는 4대 국새와 달리 손잡이와 글자판을 하나의 거푸집으로 제조하는 ‘통주물’ 방식을 사용한다. [프리랜서 이순재]
“5대 국새(國璽)는 첨단 합금기술과 정밀 주조기술을 이용해 국격을 상징할 수 있도록 만들 겁니다. 최소한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어야지요.”
5대 국새 제작 실무총책을 맡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정만(52·재료공학) 박사의 각오다.
KIST는 3일 행정안전부와 국새 제작 계약을 했다. 제작 기간은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 소요 예산은 약 2억2000만원이다. 국새는 외교문서·훈장 등 국가 중요 문서에 찍는 도장이다.
도 박사는 3대 국새 제작 때도 연구원으로 참여했다. 4대 국새는 제작 책임자의 사기사건으로 사용 중지된 상태다. 그래서 정부는 균열이 있어 퇴장했던 3대 국새를 5대 국새 완성 때까지 다시 사용하고 있다.
- 5대 국새는 4대 국새와 제작 기법이 어떻게 다른가.
“5대 국새는 손잡이(인뉴·印<9215>)와 도장(인문·印文)이 일체형이다. 주형 틀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3대 국새도 그렇게 제작했다. 4대 국새는 기술이 부족해 두 부분을 따로 제작한 뒤 붙였다.”
- 일체형이 그렇게 어려운가.
“그렇다. 복잡하고 정교한 손잡이 조각을 표현할 수 있는 거푸집을 만드는 것이 아주 어렵다. 또 인뉴와 인문 부분의 강도를 동일하게 하면서 금 빛깔이 잘 나오고, 거푸집 속으로 잘 흘러들어가도록 하려면 첨단 합금기술이 필요하다.”
- 4대 국새 때 전통기술을 사용했느냐 안 했느냐 때문에 문제가 됐다. 국새 제작 전통기술이 있나.
“물론 있었을 것이지만 문헌으로 남아 있지 않다. 국새 장인이라는 것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조선시대의 예를 들면 몇십 년에 한 번씩 국새를 제작하는 데 국새만 만드는 장인이 있었다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겠는가.”
- 3대 국새는 균열이 생겼다.
“외환 위기 직후 제작했는데 정부 예산이 너무 적어 금을 적게 썼다. 국새 속이 비어 있도록 했는데 그 두께가 평균 2㎜였다. 그래서 문서에 많이 찍다보니 금이 간 것이다. 5대 국새도 속을 비게 할 예정인데 두께를 평균 4㎜ 이상으로 할 예정이다. 그러면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강도를 유지할 수 있다.”
- 5대 국새의 재료로 금과 티타늄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금으로 결정한 것은 잘한 것으로 보인다. 금으로 결정된 뒤 이의를 제기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고 들었다.”
- 순금으로만 만드나.
“순금으로만 국새를 만들면 너무 무르다. 그래서 합금을 만들어 18K 이상이 되게 할 예정이다. 순금은 약 3㎏이 들어간다. 순금의 강도를 수치로 나타내면 20 정도인데 금합금은 200 정도다. 국새 제작에 사용하는 합금기술은 KIST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비밀이다.”
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프리랜서 이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