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unday]미국은 다시 부활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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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호 35면

미국은 몰락할까. 연방과 주정부는 살인적인 부채에 허덕이고, 미국인 역시 개인 부채의 덫에 갇혔다는 기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더 이상 “이거 미제야”라는 말의 시대적 의미를 알지 못한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이 있지만 단순히 말하자면 미국이 벌어들이는 것보다 쓰는 것이 많아서다. ‘미제’로 상징되던 제조업은 이미 후발국들에 주도권을 넘겨줬다. 곧 문을 닫을 것 같던 자동차산업은 정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숨을 돌리고 있다. 1년 전 미국 연수 중에도 주정부 예산 부족으로 한 달에 두 번 금요일 초·중·고교 문을 닫던 것을 경험했다. 세계를 호령하던 팍스아메리카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기까지 보면.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시애틀에서 아마존닷컴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선파워를 둘러봤다. 뉴욕에선 올해 100주년을 맞는 IBM을, 보스턴에선 세계 융합기술의 산실인 MIT 미디어랩을 방문했다. 아마존닷컴은 대표적 인터넷기업이다. 1994년 온라인서점으로 시작한 이 기업은 책은 물론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세계 최대다. 전자책과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도 역시 세계 최대다. 인구 60만 명이 채 못 되는 시애틀엔 아마존 외에 마이크로소프트·보잉·스타벅스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즐비하다.

단결정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선파워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일대엔 구글ㆍ애플ㆍ인텔ㆍ페이스북ㆍ트위터 등 수많은 세계적 기업이 모여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ㆍ아마존ㆍ애플ㆍ페이스북 등은 단순한 세계 1위 기업이 아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소위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다른 나라 기업들은 그 생태계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PCㆍ노트북 시대가 오면서 힘이 빠졌던 IBM 역시 수퍼컴퓨터와 나노공학 등 첨단과학 연구, 또 이를 바탕으로 한 컨설팅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하고 있다.

이쯤 되니 헷갈린다. 미국은 몰락할까. 정보기술(IT) 업체 외엔 잘나가는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흔히 신성장동력, 미래 먹을거리라고 하는 산업들을 살펴보자. 인공지능과 로봇ㆍ나노기술ㆍ우주과학ㆍ생명공학의 선진국이 어디일까.

또 이 모든 기술을 아우르는 융합의 힘을 가진 곳은 어디일까. 미국이다. 보스턴 MIT 미디어랩에서 본 정의하기조차 힘든 기발한 과학 창작품들이 그 증거다. 세계 선진국 중 인구가 줄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그들이 쓰는 영어는 인터넷 시대의 필수 언어로 그 위치를 더욱 굳히고 있다. 인터넷 콘텐트 중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68.4%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중국어도 인터넷에서는 3.9%에 불과하다. 대니얼 앨트먼 뉴욕대 교수는 최근 출간된 그의 저서 『10년 후 미래』에서 중국의 몰락과 미국의 부활을 예측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런던 방문 때 “중국ㆍ인도ㆍ브라질 같은 나라들의 급성장으로 미국과 유럽의 세계 영향력이 쇠퇴할 것이란 주장이 있지만 그것은 틀린 것이다”고 한 말이 빈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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