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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의 사회경제적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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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1990년대 대한민국은 일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사회제도를 만나게 된다. 91년 분리수거, 93년 폐기물예치금제, 95년 쓰레기종량제가 차례로 시작됐다. 도입 당시 굉장히 낯설고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이 제도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쓰고 버려지는 것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환경 문제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쓰레기 분리배출을 자연스럽게 실천한다. 이 같은 ‘잘 버리는 것’에 힘을 쏟는 것은 ‘다시 잘 쓰기’ 위한 포석이다. 한 번 쓰고 버리기에 아까운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잘 모아 놓자’는 마음과 목적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자원 재활용은 환경오염과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기 위해 ‘한 번 더 사용하자’고 했던 처음의 출발을 넘어 최근 그 활용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산업적·경제적 가치 창출 면에서 발전과 진화도 거듭하고 있다. 우선 일상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소각·처리되는 과정에서 에너지 자원화되는 점이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중 약 80%가 우리가 쓰고 버린 폐기물에서 얻어진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우리가 주목할 새로운 에너지원이다.

 또한 TV·컴퓨터·냉장고·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제품과 건전지, 그리고 자동차 폐기 처리 과정을 통해 폐금속 자원 재활용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일명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희소자원 추출이 가능하며, 매년 4조원이 넘는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 천연광물이 지하에 매장된 반면 도시 생활 주변에 분포돼 있는 전기전자·자동차 폐기물은 ‘도시광산’이라고 불린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 매력적인 자원창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발전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환경 문제의 일차적 접근방식은 지구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 자연의 생태계를 파괴시키지 않고 보존할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졌다. 그러나 이제 자연의 생태계를 지키려는 노력을 넘어 인간의 사회경제적 생태계를 보다 효율화하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즉 우리 정부가 대량소비·대량생산의 사회에서 급증하는 폐기물 처리를 위해 제품 생산 단계부터 사용 후 재활용 순환을 고려한 소재 사용과 회수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한국환경공단의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다. 이 제도는 우리 일상에 도입돼 실행 10년을 맞이하며 그간 제품 및 포장재를 재활용해 약 3조6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성과를 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의 질적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6월 5일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연과 지구를 지키자는 구호와 행동은 많다. 이제 단선적인 환경보호의 개념을 넘어 환경과 자원이 조화롭게 순환되는 관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자연과 지구의 건강성을 해치지 않는 동시에 인간 활동과 관련된 모든 자원이 효율적으로 순환되는 사회경제 생태계가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박승환 한국환경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