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대형로펌·회계법인 취업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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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앞으로 고위공직자들이 퇴직한 이후 곧바로 대형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에 취업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또 민간인 신분이면서 공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 직원들에 대한 취업제한 규정도 강화된다. 행정안전부는 3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사회 추진회의’를 열고 공직자의 전관예우 관행에 따른 폐해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달에는 판사와 검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곳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전관예우 금지법이 시행됐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판사와 검사에 대한 전관예우 금지 조치를 시작한 만큼 행정부 공직자에 대해서도 비슷한 제한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토대로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고위공직자들이 퇴직 후 줄줄이 대형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에 취업해 정부를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실상의 ‘로비스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 법인을 취업제한 대상에 넣기로 했다. 그동안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은 규모가 작아 ‘자본금 50억원 이상, 연간 외형거래액 150억원 이상’인 취업제한 대상 기업에 속하지 않았다. 고위공무원들이 퇴직하면서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이 법무법인 고문 등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던 이유다. 또 퇴직 전 3년간 담당 업무와 관련한 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기간을 5년으로 늘리고, 직접 민간을 상대하는 업무를 보던 공직자는 퇴직 후 1년 동안 민간 분야에 아예 취업하지 못하도록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비리에 전·현직 간부들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금융감독원의 경우 취업제한 대상을 현재의 2급 이상 간부에서 4급 이상 직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는 정부가 저축은행 비리 사태로 금융 감독기관과 금융회사 간의 전관예우 관행을 차단해야 한다는 여론을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입법 과정에선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취업 제한을 받은 일부 퇴직 공직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앞세워 소송을 내 승소한 사례도 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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