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암 유발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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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난달 31일 휴대전화를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건으로 분류했다. IARC는 휴대전화를 커피·자동차 배기가스·납을 비롯한 약 250종류의 물질과 함께 발암 물질·물건의 5단계 분류 중 셋째인 ‘2B’에 포함시켰다. 이 연구소는 약 940종류의 물질을 1·2A·2B·3·4의 다섯 가지 그룹으로 분류한다. 1은 발암 확실(definitely carcinogenic), 2A는 발암 예상(probably), 2B는 발암 가능(possibly), 3은 발암성으로 분류 불가(not classifiable), 4는 비발암 물질이다.

 휴대전화 사용과 뇌종양 발병이 관련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물들은 여러 번 발표됐지만 국제기구가 이를 인정한 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향후 뇌종양 환자들이 휴대전화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고용주나 정부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14개국 31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은 지난달 31일 프랑스 리옹에 있는 IARC에 모여 회의를 열고 “과학적 증거들을 검토한 결과 휴대전화 사용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조너선 새멋 IARC 소장은 “일부 증거는 휴대전화 사용이 뇌간교종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연관성이 명확하지는 않아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BBC방송 등 외신들은 IARC의 발표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고 전했다. 휴대전화 사용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뇌종양을 유발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뇌종양 발생 빈도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뇌간교종=대뇌·소뇌·척수를 연결해 주는 뇌간에 생기는 종양.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주로 발생한다. 뇌간은 자율신경계의 중추가 모여 있어 생명 유지에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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