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앞둔 충북문화재단 ‘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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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다음 달 1일 출범을 앞둔 충북문화재단이 시끄럽다. 이사진을 구성하면서 후보자 정치성향 분석으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허위학력 논란에 휩싸였던 대표이사가 낙마했기 때문이다. ‘고교 중퇴’라는 학력을 속이고 ‘고졸’로 이력서를 제출했던 강태재(66)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 때문에)지역 전체가 이전 투구에 빠진 비극을 보고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3일 내정 이후 전문성 결여와 대표성 부족, 정치 편향성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강 대표 문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강 대표의 사퇴로 출범을 앞둔 충북문화재단의 파행운영이 불가피해졌다.

 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인사권자와 깊은 예기를 나눈 뒤 결단을 내렸다”고 사퇴배경을 밝혔다. 자신의 내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이시종 충북지사와 사전 논의가 있던 점을 시사한 것이다. 강 대표는 이시종 지사의 대표적 ‘코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내정 당시부터 자질 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강 대표는 지난달 27일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 임명장을 받은 뒤 ‘허위학력’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그는 충북도에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학력을 ‘대전고등학교 졸업’으로 표기했다. 하지만 그의 학력이 ‘고등학교 중퇴’로 밝혀지면서 사퇴압박이 이어졌다. 충북도에 따르면 강 대표는 1979년 청주상공회의소에 입사할 당시 ‘대전고등학교 졸업’이라는 내용의 이력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3일 충북도가 발표한 문화재단 대표 내정 자료에도 강 대표의 학력은 ‘1964년 대전고등학교 졸업’으로 표기돼 있다.

 강 대표는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지난달 30일 “도민에게 사과드린다”면서도 “용서를 구하고 성실하게 일하겠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학력이 대표이사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는 “학력을 위조했지만 졸업과 중퇴여부가 대표자격을 결정하는 데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틀 만에 결정을 번복하고 물러났다. 그는 “인사권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가족에게도 고통을 주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북도의 허술한 검증과정도 비난을 받고 있다. 강 대표 본인이 고교 중퇴 사실을 뒤늦게 밝힌 게 가장 큰 문제지만 재단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후보자의 학력과 도덕성을 허술하게 검증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대표이사를 선정하면서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고 3~4명의 후보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강 대표를 내정했다. 충북도 고위 관계자는 “강 대표가 문화재단 설립을 주도하고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해 내정했다”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충북도당 윤경식 위원장은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공인으로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본다”며 “투명한 공모절차와 엄정한 검증을 거쳐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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