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피트스톱’ 횟수와 속도가 F1 승부 갈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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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올해 포뮬러원(F1)은 바뀐 피렐리 타이어가 빨리 마모되면서 경기마다 두세 차례씩 타이어를 갈아 끼워야 해 교체시간 단축에 따라 순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5월 29일 끝난 모나코 그랑프리의 출발 장면.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포뮬러원(F1) 올해 경기에서 타이어 교체가 승부를 좌우하는 변수로 등장했다. 또 새로 채택된 에너지재활용시스템(KERS)이 보다 박진감 있는 추월을 만들어내는 신기술로 부각됐다.

 지난달 29일 모나코 서킷에서 열린 6라운드 경기에서는 3.34㎞의 서킷 78바퀴(총 주행거리 260.520㎞)를 레드불팀의 제바스티안 페텔(독일)이 2시간9분38초373에 주행해 1위를 차지했다. 페텔은 전날 예선에서도 1위(폴포지션)에 오른 데 이어 결선에서도 순조로운 레이스를 펼쳤다. 페텔은 레이스 마지막까지 선두 자리를 위협받았지만 단 한 번의 피트스톱(타이어 교체를 위해 정비공간에 들어가는 것) 전략으로 선두를 유지했다. 다른 드라이버들은 2, 3번 피트스톱을 하면서 선두에서 멀어졌다. 총 19번 경기에서 6라운드를 치른 결과 페텔(143점)이 압도적인 차이로 2위인 맥라렌의 루이스 해밀턴(영국·85점)을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팀 순위에서도 레드불이 222점으로 2위 맥라렌(161점)과 차이를 벌렸다.

 올해 F1의 관전 포인트는 타이어 교체다. 20년 만에 F1에 복귀한 이탈리아 타이어 메이커인 피렐리는 올해부터 3년간 F1에 타이어를 전량 공급한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F1에는 일본 브리지스톤이 공급했다. 피렐리 F1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것보다 마모도가 높아진 게 특징이다. 지난해 브리지스톤은 지나치게 내구성을 좋게 만들어 대다수 경주용차(머신)가 단 한 번만 타이어를 교체하는 원스톱 작전을 구사해 흥미를 반감시켰다. 지난해 우승자인 페텔은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스타트에서 사용한 소프트 타이어로 전체 53바퀴(랩)를 도는 경기에서 52랩을 돌고 타이어를 교체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올해 피렐리는 속도와 접지력뿐 아니라 마모도를 높인 타이어를 들고 나왔다. 각 팀은 타이어를 바꾸기 위해 피트(정비공간)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고 순위가 계속 변하는 긴박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승우 F1 평론가는 “피렐리 타이어가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마모도가 높아 매 경기마다 언제 피트에 들어올지, 얼마나 짧은 시간에 타이어를 교체할지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피렐리 타이어는 물성(컴파운드)에 따라 6가지 색깔로 구분하고 있다. 붉은색은 수퍼 소프트로 접지력이 가장 좋아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마모 또한 가장 크다. 시속 300㎞를 넘나드는 F1에서 수퍼 소프트는 100㎞ 주행이 가능한 데 비해 하드는 170㎞를 주행할 수 있다.

 새로 채택된 신기술도 승부를 가르는 변수다. KERS는 브레이크 작동으로 발생한 열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해 추월할 때 최대 82마력까지 출력을 더해준다. 이 장치는 2009년 처음 도입됐지만 지난해 폐지됐다 올해 다시 부활했다. F1을 주관하는 세계자동차연맹(FIA)은 머신의 중량을 640㎏으로 올리면서 KERS 채용을 적극 권장한다. 하지만 효용 가치는 논란이다. 1위를 달리는 페텔은 올 시즌 스페인 그랑프리까지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그는 “KERS 버튼이 있지만 눌러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2위인 해밀턴은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그는 스페인 그랑프리에서 직선 주로에서 이 장치를 사용해 페텔을 끈질기게 추격했다. 추월이 어려운 스페인에서 어느 때보다 추월이 많았던 것도 KERS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뒷날개(리어 윙)의 각도를 조정하게 해주는 DRS도 새로운 변수다. FIA는 보다 많은 추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드라이버가 간단한 조작으로 리어 윙의 각도를 조절해 가속을 하거나 적절한 다운포스(머신을 지면에 밀착하도록 눌러주는 힘)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DRS를 사용하면 순간 시속 15㎞의 가속도를 낼 수 있다. 올해 레드불팀이 독주하는 이유로는 공기역학 설계가 뛰어난 경주차와 공격적인 두 명의 드라이버와 궁합이 잘 맞아서다. 뛰어난 팀워크 역시 성공 요인이다. 피트스톱에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기존 강팀인 페라리·맥라렌보다 빠른 속도로 타이어를 교체할 정도다.

 한편 10월 14~16일 전남 영암서킷에서 열리는 코리아F1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대회운영 인력 모집에 나서 3901명(자원봉사자 429명 포함)을 뽑았다. 조직위는 7월까지 영암서킷의 준공검사를 마칠 계획이다. 아울러 서킷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올해 11개 자동차 행사를 치르면서 52일을 임대한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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