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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반 지성적인 서울대생의 총장실 점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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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대 법인화를 둘러싼 교내 갈등이 볼썽사납다. 이번엔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서울대 법인화를 중단하라”며 농성에 들어갔다. 두 달 전 서울대 교직원 노조가 오연천 총장을 12시간 넘게 감금한 사태에 이어서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그제 오후 학생 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비상총회를 열고 ‘학교 측이 구성한 법인 설립준비위원회 해체를 위해 행동하자’는 안건을 통과시킨 뒤 그날 밤 늦게 300여 명이 총장실을 기습 점거했다. 지성의 산실인 대학에서, 그것도 학생들이 저지른 일이란 점에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일부이긴 하지만 서울대 학생들이 법인화에 반대하는 것은 급격한 등록금 인상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이는 짧은 생각이다. 우선 법인화 이후에도 정부 예산 지원이 계속돼 등록금이 갑자기 큰 폭으로 인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더욱이 올해부터 등록금 상한제가 시행됨에 따라 등록금 인상폭은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등록금 인상을 이유로 법인화 반대에 나서는 건 명분이 약하다.

 서울대 학생들이 보다 대승적(大乘的) 견지에서 법인화 문제에 접근해 주었으면 한다. 국립대 법인화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대학 운영을 자율적으로 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이란 점에서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물론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학생을 포함한 대학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서울대도 법인 설립준비위원회에 학생복지권익분과위원회를 두고 있는가 하면 분과위원회 합동 회의체인 실행위원회에도 학생 참여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여기엔 참여하지 않은 채 총장실을 불법 점거해 총장 면담을 요청하고 있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학생들은 당장 총장실 점거를 풀고 해산해야 옳다. 대학 발전이란 큰 틀에서 법인화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열려 있는 논의의 장에 나와서 하라.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법인화에 반대하는 건 학생 본분을 떠나 서울대 운영을 위한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