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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법 개정안 통과 파장] 병역 싫으면 '외국인'으로 살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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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병역 면제를 위한 국적 포기를 제한한 국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국적업무출장소에 최근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연합]

이중 국적자들이 병역 면제를 위해 한국 국적을 버리는 것을 제한하는 국적법 개정안이 4일 통과된 이후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개정법이 다음달 초 시행되면서 그 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연일 100명이 넘게 속출하고 있다. 대다수는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여기에 더해 군 복무 회피용으로 국적을 포기한 사람이 재외동포 자격으로 교육.금융거래 등의 특혜를 누리지 못하도록 하는 추가 법 개정에 나섰다. 외국에서 태어났어도 한국 사람이면 병역 의무를 다하고, 그게 싫으면 외국인으로 살라는 취지다.

◆ 병역의무가 우선=개정 국적법의 핵심은 신설된 제12조 3항이다. '직계 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자는 군 복무를 마치거나 면제 처분을 받아야 국적 이탈 신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의 외국 일시 체류 중 태어나 이중 국적을 갖게 된 남자가 병역 의무를 마치기 전에는 한국 국적을 버릴 수 없게 한 것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이 법이 시행되면 군 복무 대상자가 한국에 들어와 일정 기간(현재 1년)이 지나면 출국금지되고 징병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해외 출생으로 이중 국적을 가진 남자가 17세 이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재외동포'가 되는 방법으로 병역 의무 대상에서 빠질 수 있었다.

◆ 추가 법 개정=홍 의원은 병역 기피를 위해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이 재외동포의 특혜를 누리지 못하도록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고등교육법' 등의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6월 임시국회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후속 입법이 이뤄지면 대상이 되는 국적 포기자는 외국인과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가장 큰 불편은 체류기간이 한정된다는 점. 재외동포는 체류가 자유로운 F-4 비자를 받는다. F-4 비자를 발급받는 재외동포는 취업목적이 뚜렷하지 않거나 직장이 결정되지 않아도 국내에 머무를 수 있는 편의가 제공된다. 그러나 외국인이 되면 뚜렷한 목적과 직장이 정해져야 해당 비자가 발급된다. 또 재외동포 특례입학.편입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홍 의원은 "외국인이 되면 부동산 취득도 제한받게 되고 한국민과 같은 건강보험 혜택도 누릴 수 없다"며 "병역 기피를 위한 국적 이탈을 막기 위해선 이 같은 후속 입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네티즌들은 환영=일단 네티즌 등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ID가 backspace42인 네티즌은 "한국 국적을 갖고 싶어도 못 갖는 사람도 많은 걸로 아는데 병역은 왜 피하려고 하는 건지"라고 했으며, berkana365는 "이순신 장군이 살아계시다면 병역 회피를 위한 국적 포기에 대해 뭐라 그러실까"라고 적었다. 이런 분위기는 개정법이 시행되는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홍 의원이 추진하는 추가 법 개정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상태'의 모호성▶외국에서 지내면 병역 의무를 강제할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점 등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강주안.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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