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경찰 ‘원터치 SOS’가 박수받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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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용
사회부문 기자

경찰의 한 간부는 “삼색 신호등이 실패한 이유는 국민의 눈높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라는 논리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익숙해지려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제도가 익숙해지기 위한 전제조건은 ‘필요성’이다. 니즈(needs)는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과 경찰의 눈높이와 요구가 맞아떨어졌을 때 정책은 추진력을 갖는다. 3월부터 행정안전부와 경찰이 시범 도입한 ‘SOS 국민안심서비스’가 대표적 사례다.

 국민안심서비스는 ‘원터치 SOS 서비스’ ‘스마트폰 112 앱서비스’ ‘U-안심서비스’로 나뉜다. 원터치SOS와 112 앱은 경찰이, U-안심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한다. 각각 수단은 다르지만 위급한 상황에 처한 가입자의 위치정보를 자동으로 파악해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다는 점은 같다.

 최근 경기도 안양의 한 놀이터에서 아동 성추행범을 붙잡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게 원터치 SOS 서비스다. 30대 남성이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11살짜리 초등학생이 원터치 SOS를 이용해 경찰에 신고한 게 주효했다. 원터치 SOS는 가입자가 112에 전화를 거는 순간 현재 위치가 상황실에 표시된다. 위치를 물어보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 없다. 당연히 출동시간도 빨라진다.

 위치정보는 기지국 단위로 표시된다. 일반 휴대전화의 경우 도심지역은 최소 반경 50m까지 보여준다.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은 반경 30m까지 파악할 수 있다. 여러 대의 경찰차로 포위하듯 순찰망을 좁히기 때문에 범인의 도주로 차단 효과까지 있다.

 가입절차도 간단하다.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가까운 경찰서나 지구대(파출소)에 내면 된다. 신고했을 때에만 위치정보가 노출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위험도 거의 없다. 지금은 112 통합상황실을 구축한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만 이용할 수 있지만 내년 말쯤에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경기경찰청이 경기남부 31개 경찰서 관할지역에서 원터치 SOS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21만 명이 가입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원터치 SOS와 U-안심서비스 전체 가입자는 32만 명에 이른다. 다음 달 1일 112 앱 서비스가 정식 개시되면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소문난 맛집은 입소문만으로 식객이 몰리는 법이다.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과 제도는 강요하지 않아도 지지를 받게 돼 있다. SOS 국민 안심서비스처럼 눈높이를 맞춘 정책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길 기대한다.

유길용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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