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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캠프캐럴에 고엽제 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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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천시 정수과 직원들이 30일 오정동 옛 미군부대 ‘캠프 머서’ 인근의 지하수 관리공에서 수질 오염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채수 작업을 하고 있다. 부천시는 관리공 9곳에서 채수한 물을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 정밀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김도훈 기자]


주한미군은 고엽제를 비롯한 유독 화학물질이 베트남전쟁(1960~70년대) 당시부터 캐럴기지에 묻혀 있었다는 내용의 미 공병대 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고 외교안보 당국자가 30일 밝혔다.

1992년 캘리포니아 우드워드 클라이드 컨설팅이 캠프캐럴 부지와 관련해 미 태평양 사령부 공병대에 제출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가 캐럴기지 내 야구장으로 알려진 ‘HH구역’에 저장돼 있다 반출됐다. 또 기지 내 41구역에도 여러 가지 화학물질과 살충제·제초제와 솔벤트 등이 보관됐고 이로 인해 토양이 오염됐다. 보고서는 또 기지 내 D구역에서 79년부터 40~60t의 토양을 파내 외부에 반출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한·미 공동조사단은 31일부터 기지 주변의 오염 우려 지역 15곳에 시추공을 뚫어 토양 시료를 채취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이를 통해 다이옥신 등이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공동조사단은 다음 달 2일부터 ‘지표투과 레이더(GPR)’를 통해 고엽제가 기지 안에 매몰돼 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조사 방법을 둘러싸고 한·미 양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 측은 매몰 의심 지점을 시추하고 지하수 시료를 채취하자는 입장이지만, 미군 측은 GPR 조사로 고엽제가 묻혀 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다음 달 1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 회의를 열고 조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키로 했다. 환경부는 이번 공동조사를 통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로 인한 오염이 확인될 경우 캠프 캐럴 주변 주민들에 대한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화학물질 매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의 옛 미군부대 ‘캠프 머서’에 대해서도 민·관·군 공동조사단의 현장 조사가 31일 시작된다. 반환 미군기지 환경조사 태스크포스(TF)는 30일 첫 회의를 하고 “매몰 예상지역 내 화학물질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주일간 기초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자파 탐사와 탄성파 검사 등이 함께 실시된다.

TF 관계자는 “기초조사 뒤 주변 토양과 지하수 시료를 조사해 수질과 토양 오염 수준, 다이옥신 등 오염물질 발생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며 “오염이 확인되면 굴착을 통한 정밀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은 국방부와 육군, 육군 1121부대장 등 군인 5명과 이상훈 가톨릭대 교수, 이군택 서울대 교수, 양임석 환경위해성평가연구소장, 이봉호 부천시 환경과장, 최병철 오정동 주민자치위원장, 푸른부천21 김낙경 사무국장 등으로 구성됐다.

대구=송의호 기자, 정용수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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