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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식량 수출 금지 7월 해제” … 뛰는 세계 곡물값 잡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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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 주요 밀 수출국의 하나인 러시아가 7월부터 곡물 수출을 재개한다. 이에 따라 서유럽과 미국 남부의 가뭄과 홍수 등으로 들썩이던 밀 가격의 상승세도 다소 꺾일 전망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부터 밀과 보리·옥수수·밀가루 등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실시해 왔다. 당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산불 등의 영향으로 곡물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발 식량 금수 조치는 세계 곡물 가격을 끌어올렸다. 그 여파로 중동과 아시아 지역은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정치·사회적 파장도 컸다. 중동의 ‘재스민 혁명’ 등 민주화 시위의 배경에도 먹을거리 가격의 폭등이란 요인이 도사리고 있었다. 민주화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이집트는 러시아 곡물의 주요 수출국이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28일(현지시간) “러시아 곡물 시장의 침체로 지난해 8월 5일부터 시행했던 곡물 등 관련 식품에 대한 수출금지법을 7월 1일 해제한다”고 밝혔다. 농산물 분야를 총괄하는 빅토르 주브코프 제1부총리는 이날 푸틴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 러시아의 곡물 파종 면적은 2400만㏊로 전년보다 10% 늘어났고 곡물 재고량도 600만t 이상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수출 재개 조짐은 앞서 조금씩 엿보였다. 러시아 농산물시장 민간연구소인 소브에콘(SovEcon)에 따르면 러시아 곡물 수출입업체는 몇 주 전부터 곡물 구매를 늘렸다. 또 수출항 인근 창고에는 곡물 재고를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밀 가격은 그동안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다. 여러 악재가 겹친 탓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금지뿐만 아니라 최근 주요 밀 생산지인 서유럽과 중국의 가뭄, 미국 남부의 홍수 등이 작황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의 밀 선물가격은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두 배로 뛰었다. 27일 CBOT에서 밀 7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6% 오른 부셸당 8.1975달러, 옥수수 7월물은 부셸당 7.585달러로 1.7% 올랐다.

 이번에 러시아산 곡물이 1년 만에 수출길에 오르면서 세계 곡물 시장의 숨통은 다소 트일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도 지난주 곡물 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하지만 세계 식량가격의 상승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 지역 밀 생산의 65%를 담당하는 프랑스와 독일·폴란드 등에 앞으로 3개월간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현재 파리 시장에서 t당 250유로(38만5000원) 수준인 밀 가격이 300유로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도 23일 겨울밀 생산분의 45%가 작황이 좋지 않아 품질 수준도 매우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릴코 농업시장연구소(IKAR) 디렉터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상황과 영농환경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농산물시장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러시아의 수출이 재개된다고 해도 기록적인 수출량을 기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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