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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롭 65’는 최초의 딤플볼 … 디 오픈서 65타 우승 기념해 작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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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호 20면

골프공의 기본은 고무다. 고무에 대해서는 타이어 회사가 전문가다.
존 보이드 던롭(1840∼1921)은 타이어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골프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수의사를 했다. 그는 아들이 자전거를 타다가 자꾸 넘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당시 자전거 타이어는 통고무였다. 너무 딱딱해 충격을 흡수할 수 없었고 아들을 다치게 했다. 던롭은 공기를 넣는 타이어를 발명했다. 이 타이어를 단 자전거는 안전하고 빨랐다. 공기 타이어로 영국의 사이클 대회를 석권한 던롭은 타이어 회사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자동차 타이어도 제작했는데 구한말 순종의 어차(御車)인 1903년형 캐딜락에 던롭 타이어가 장착됐다.

성호준의 골프 진품명품 <14> 일본 장인정신의 상징 던롭

던롭 타이어는 1909년 일본 고베에 던롭 고무 극동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이듬해에는 고무 제품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골프공을 제작했다. 오렌지 스폿(Orange Spot)이라고 이름 지은 이 제품은 U자형으로 된 현대적 딤플을 넣은 첫 번째 골프공이다. 던롭의 사사(社史)에는 이 공이 이전 제품보다 30~50야드 정도 거리가 더 나갔다고 기록돼 있다. 이 공으로 1934년 헨리 코튼이 디 오픈 2라운드에서 65타 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래서 던롭은 오렌지 스폿을 ‘던롭 65(사진)’라고 이름을 바꿨다.

아시아에서 던롭이 골프공을 만든 건 1930년부터다. 일본의 스미토모(住友)그룹은 63년 던롭 타이어의 아시아 판권을 사들여 SRI(Sumitomo Rubber Industries)로 이름을 바꿨다. 64년에는 타이어 휠을 생산하던 기술을 응용해 골프 클럽도 만들었다.

일본인들은 장인정신이 있다. SRI는 영국의 던롭 본사보다 훨씬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던롭을 수입하는 삼화기연에 따르면 초콜릿처럼 하나씩 포장된 던롭 65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3공화국 당시 청와대로 들어가는 골프공은 무조건 이 모델이었으며 대통령을 따라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김종필 전 총리 등도 이 공을 썼다. 고위 관료와 기업인들에게도 던롭 65가 필수품이 됐다고 한다. 82년 SRI에서 낸 DDH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SRI는 96년 세계 최초로 금속분말을 배합한 ‘DDH 투어스페셜 메탈믹스 W’를 출시했고, 2년 후인 98년 역시 세계 최초로 우레탄이 들어간 3피스 골프공인 ‘맥스 플라이 하이브리드’를 만들면서 기술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SRI는 한계가 있었다. 영국 본사와의 계약 때문에 던롭이라는 브랜드로는 아시아 밖에서는 영업을 할 수 없었다.

영국 던롭에서는 골프 용품을 만들지 않았지만 미국 던롭에서는 저가 클럽을 만들었다. 수입업자들이 싸구려 미국 제품을 들여와 일본과 한국 등에 파는 바람에 던롭의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졌다. 그래서 SRI는 독자 브랜드인 젝시오와 스릭슨을 만들었다. 2000년에 만든 젝시오(XXIO)는 21세기를 나타내는 로마자 XXI(21)과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의 영어 Onward의 합성어로 ‘21세기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2002년 탄생한 스릭슨(SRIXON)은 회사 이름인 SRI와 무한대를 의미하는 ‘X’에 역시 ‘Onward’를 합성했다. SRI는 스릭슨이라는 브랜드로 세계에 진출하고 있으며 젝시오 클럽은 2000년 출시 이후 11년 연속 일본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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