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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살 조성진 쑥쑥 자라는 피아노 …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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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피아니스트 조성진군의 연습 시간은 또래에 비해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연습할 때뿐 아니라 거의 모든 일상을 음악에 대한 생각으로 보낸다.

“2년 전의 제가 너무 어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열일곱 소년에게 듣기엔 조금 어색한 말이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조성진(17)군이 프란츠 리스트의 ‘단테를 읽고’를 연습하며 최근 하고 있는 생각이다.

 ‘소나타 풍의 환상곡’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리스트가 단테의 『신곡』을 읽고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곡한 음악이다. 조군은 2009년 일본 하마마쓰 국제 콩쿠에서 최연소 우승할 때 이 곡을 연주했다. 다음 달 1일 독주회에서 다시 무대에 올린다. 그는 “지금도 이 작품에 대한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같은 생각을 가진 전혀 다른 사람이 연주한다고 생각하면 돼요”라고 말했다.

 눈부시게 성장하는 피아니스트다운 말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조군은 요즘 사춘기 대신 성장기를 겪고 있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내 연주가 바뀐다”고 말했다.

 “어쩌면 단점일 수도 있는데, 같은 곡에 대해서도 생각이 정말 많이 변해서 아침과 저녁의 연주가 달라져요.” 국제 콩쿠르 우승, 그 후의 수많은 해외 연주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3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했던 일본 순회 연주를 가장 중요한 성장의 계기로 꼽는다.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을 도쿄·후쿠오카 등에서 정명훈과 함께 연주했다.

 “이전까지 봐왔던 음악보다 훨씬 넓은 세계를 봤어요. 이전까진 음악의 답을 찾는 데에 매진했는데, 사실 정답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도 생겼고요. 그래선지 요즘은 언젠가 10년 정도 음악에만 푹 빠져서 공부하며 살아봤으면 하는 기분이 들어요.” 같은 곡을 가지고도 이런 저런 시도를 하며 연습하는 것은 이 같은 깨달음 때문이다.

 조군은 “한국에서 섰던 독주 무대 중 이번 공연이 가장 크고 중요하다”며 “고민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베토벤의 후기 작품 중 자신과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31번 소나타, 슈만의 유모레스크 등을 골랐다. 낭만주의의 변화무쌍한 작품에서 소년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보여줄 작정이다.

 “제 안에서 음악적 아이디어들끼리 쉬지 않고 접전을 벌이고 있어요. 그 중에서 살아남은 생각을 무대 위에서 보여줄 겁니다.”

 독주회를 마친 조군은 러시아 모스크바로 날아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 도전한다.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로 꼽히는 곳이다. 빠른 성장 덕에 도전도 대담한 걸까. 다음 달 무대에서 그 파워를 보여줄 참이다.

 ▶조성진 독주회=6월 1일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02-518-7343.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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