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비빔밥’ <18> 내 스윙 수준에 맞는 셋업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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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일러스트=강일구]

셋업은 관계 설정이다. 공과 나와의 관계 설정이면서 나와 목표와의 관계 설정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어도 관계 설정이 잘못되면 멋진 샷이 될 수 없다. 스윙 자체가 불안정해서 공을 잘 못 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좋은 스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멋진 샷을 못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사람들은 셋업을 다시 점검하고 새롭게 자신만의 셋업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셋업을 이야기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오해부터 풀고 가야겠다. 사람들이 셋업 하는 과정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이 동작이 마치 ‘몸을 굳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프로들이 ‘여기를 고정해라’ ‘이건 움직이면 안 된다’는 식으로 레슨을 하니까 셋업을 하면서 그동안 지적받은 부분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몸의 여기저기를 단단히 고정시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멀쩡하던 몸이 셋업을 하고 나면 깁스를 한 환자처럼 뻣뻣하게 굳어 버린다.

셋업의 기본정신은 ‘몸과 공과 목표’라는 ‘삼각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몸의 유동성(유연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셋업은 굉장히 정적인 자세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속에는 대단한 역동성을 내포하고 있다. 백스윙을 하는 과정이야 슬로 모션으로 천천히 이뤄지겠지만 백스윙의 톱에서 임팩트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0.2~0.3초에 불과하다. 그 짧은 시간에 완전하게 체중을 이동하고 가려면 셋업 상태에서의 유동성 확보는 스윙 메커니즘에 대한 그 어떤 지적보다 사실 더 중요하다.

게다가 유연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체적으로 ‘체중이 뒤에 놓여 있다’는 문제가 또 있다. 셋업을 느낌으로 이야기하자면 마치 피구에서 공을 피해 도망치기 직전의 자세라고나 할까. 그때 체중은 어디에 있나. 닭싸움을 할 때 체중은 어디에 두나. 둘 다 발의 앞쪽에 체중이 실려 있다. 의심스러우면 뒤꿈치로 외발 뛰기를 한번 해 보시라. 몇 번이나 뛸 수 있을까. 어떤 이는 백스윙 할 때는 체중을 오른발 뒤꿈치에 두고, 폴로스루와 피니시 때는 왼발 엄지발가락으로 체중을 지탱한다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순간적인 체중 이동을 위해서도, 비거리를 위해서도 엄지발가락 쪽으로 체중을 두는 것이 좋지만 평지에서는 뒤꿈치 쪽에 두더라도 결과가 비슷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경사면에서의 샷은 완연한 차이를 가져온다. 몸의 균형이 깨지면 스윙은 급해지고 온전한 풀스윙을 할 수 없어진다. 그런데 골프장을 생각해 보자. 티박스를 제외하고 평지가 있나.

셋업을 보면서 정말 답답하게 느껴지는 또 한가지는 적잖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스윙 따로 셋업 따로’라는 점이다.

자신의 스윙은 하체로 전혀 리드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데도 볼의 포지션은 완벽한 하체 주도의 스윙을 하는 프로들의 그것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완전한 스윙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또 좋은 위치에 놓고 계속 연습을 하면 결과적으로 스윙도 좋아져 가겠지만 그건 엄청난 연습량이 전제된 이야기다. 당장 공을 쳐서 성적을 내야 하는 사람이라면 현 수준의 스윙에 맞는 셋업을 재발견해야 한다. 마음골프학교에서는 그 과정을 ‘볼 포지션의 발견’이라 가르친다. 볼 포지션이라는 걸 스윙의 발전 단계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봐야지 마치 고정불변의 어떤 실체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말은 거창한데 실은 간단하다. 그라인더를 나무에 들이대면 나무가 파이면서 자국이 남듯이 실제로 아이언 샷을 해서 디벗을 내보게 한다. 무심히 여러 번 하다 보면 자신의 스윙이 어떻게 디벗을 만들고 있는지 파악이 된다. 잔디에서 해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고운 흙이나 모래도 상관없고 정 마땅찮다면 나무판을 놓고 해도 무방하다. 디벗의 모양이 파악이 되면 바로 그 디벗이 시작되는 자리가 공이 놓여야 할 자리다. 그렇게 해 놓고 보면 지금 자신이 볼을 놓고 있는 자리와 상당한 차이가 있음에 놀랄 것이다.

  마음골프학교(www.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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