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재단, 대학에 한푼도 안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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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강원도 고성군 경동대는 2009년 법인 재산으로 15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수익금의 80%는 학교 운영비로 써야 한다. 하지만 이 법인은 한 푼도 내놓지 않았다. 법인 관계자는 “수익용 재산의 대부분인 토지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고 건물에서 수익금을 벌었다”며 “수익금이 나오면 재단 대출금 상환과 법인운영비에 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대학은 등록금 의존율이 70%를 웃돌고 있다.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학들도 자구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학의 수입 다변화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 정부 지원만으로는 비싼 등록금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지원에 앞서 사립대학들이 재산으로 돈을 벌고 기부금을 확보해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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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사립대는 수익재산 자체가 적을 뿐 아니라 재산으로 얻는 수익도 미미하다. 대학 공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학재단 153곳의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율(2009년 기준)은 법정 기준액의 50.7%에 불과했다. 그나마 갖고 있는 재산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종류가 대부분이다. 전체의 3분의 2에 이르는 토지 수익률은 0.4%에 그치고 있다. 건물 수익률은 14.8%였지만 보유량이 적고, 주식이나 국·공채 등 유가증권의 수익률은 1%에 그쳤다. 서울 J대 재단 관계자는 “수익이 안 나는 지방 토지를 팔아 돈 되는 부동산에 투자할지, 학교 부속농장과 연계해 우유 가공품 판매 같은 사업을 해볼지 궁리 중”이라고 말했다.

 4년제 사립대의 사학재단은 학교 운영을 위해 대학에 지급해야 할 법정부담금도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 지난해(2009 회계연도 결산 기준) 법정부담금으로 내야 할 전체 금액은 2478억원이었지만 납부액은 1143억원이었다. 법정부담금을 모두 채운 법인은 28곳에 불과했다. 납부율 0%는 39곳, 50% 이하는 100곳에 달했다. 대학들은 기부금을 늘리고 연구비에서 대학본부가 활용할 수 있는 간접비 비중을 확대하는 등 수익 다변화가 시급하다. 미국 하버드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1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기부금과 연구비 간접비 등에서 충당한다. 총적립금만 30조원 규모로 국내 사립대 전체의 세 배에 달한다. 기부금 활성화를 위한 10만원 세액 공제도 검토해볼 만하다.

 교육계에선 이처럼 대책 없이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면 부실 대학만 연명해주는 결과가 초래될 것을 우려한다. 이화여대 박정수(행정학) 교수는 “등록금을 절반씩 대주면 학생을 30~40% 충원하지 못하는 대학까지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된다” 고 말했다.

박수련·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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