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문경은 '독기' 품었다

중앙일보

입력

프로농구 삼성의 간판 슈터 문경은(29)이 절치부심하고 있다. 지난해 대표팀 탈락에 이어 지난달 30일 벌어진 올스타 멤버에서도 제외된 후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대표팀 탈락 때는 부상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했지만 올스타 제외는 충격적이었다.

삼성의 간판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 지금 문경은은 평범한 선수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 한때 이충희-김현준의 대를 잇는 대형슈터로 각광받았던 문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수모다. 그러나 기록은 냉정하게도 문경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올시즌 28경기에서 경기당 17.4득점으로 이 부문 19위. 문이 평소 한수 아래로 얕봐왔던 우지원(신세기.19.6득점).조성원(현대.17.7득점)만도 못하다. 장기인 3점슛 부문에서도 경기당 2.96개로 조성원(3.16개)에게 밀려 2위에 머물러 있다.

더 큰 문제는 문경은의 팀내 위상이다. 삼성 김동광 감독은 문경은이 부진하면 주저없이 벤치로 불러들였다.김감독은 문경은을 올스타전 선수로 추천하지도 않았다.

그러면 김감독은 문경은을 포기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올스타전에 나서지 못한 문이 자존심을 상할까봐 3점슛 콘테스트에 내보내지 않은 것이 좋은 예다.

결국 김감독은 문경은의 자존심을 자극, 분발의 계기로 삼으려는 심산이었고 이 '계산' 은 들어맞았다. 한동안 잠을 못이룰 만큼 괴로워하던 문의 말수가 줄면서 훈련에 대한 집중력이 몰라보게 강해졌다.

요즘 용인 삼성체육관에는 익살과 긴장이 교차하고 있다. 잔뜩 '열' 을 받은 표정으로 림과 씨름하는 문경은과 웃음을 참아가며 문경은을 다그치는 김감독. 여기에 플레이오프를 겨냥한 삼성의 의지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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