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김정은, 같이 갔나 안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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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0일 중국 땅을 밟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수행원에 후계자인 셋째 아들 김정은이 포함됐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정부 당국은 김정일의 단독 방문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김정은이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정은 단독 방문’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김정은이 아버지와 동행했다면 북한 후계구도나 북·중 관계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사태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정은이 방중했을 경우 그의 후계자 지위 구축에 탄력이 붙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9월 28일 평양 노동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첫 모습을 보인 뒤 후계 수업을 받아 온 그가 8개월 만에 외교무대에 데뷔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방중 일정을 마칠 경우 후계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김정일과 김정은 모두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회주의 체제를 표방하는 북한 정권이 전대미문의 3대 세습을 종주국인 중국으로부터 공인받는 셈이 된다.

 김정은을 뺀 김정일 단독 방문일 수도 있다. 중국 권력 수뇌부는 지난해 10월 ‘김정은 동지를 비롯한 조선의 새 지도부를 초청한다’는 뜻을 북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후계자를 국제무대에 공개 등장시키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해 평양에 남겨 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올 초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민주화 혁명이 거세져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후계자인 아들이 축출되는 상황을 목도한 김정일로서는 선뜻 아들의 손목을 잡고 나서기 어려웠을 수 있다. 핵 개발과 대남 군사도발에 따른 대북 제재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등 민심이 좋지 않은 것도 김정일로서는 고민거리다.

 상황은 김정은의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거나 북한이 방중 사실을 공개하면 명료해진다. 하지만 끝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을 경우 김정일을 수행했는지 여부를 놓고 지난해 8월과 마찬가지로 엇갈린 관측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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