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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이 콕 찍은 한국의 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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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그린 가이드 한국편』이 17일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한국을 다룬 최초의 ‘미슐랭 가이드’다. ‘미슐랭 그린 가이드’는 여행지에만 별점을 주는 여행 가이드다. 레스토랑에 별점을 매기는 건 ‘레드 가이드’다.

 『미슐랭 그린 가이드 한국편』 원고를 미리 입수해 분석을 했다. 프랑스어 번역자를 구하고 ‘미슐랭’이 소개한 여행지와 식당을 확인 취재했다. 미슐랭은 한국의 가볼 만한 곳 중에서 모두 110곳에 별점을 줬다. 최고 점수인 별 세 개는 23곳이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가이드 『미슐랭 그린 가이드』가 한국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봤다. 그들이 발견한 한국의 매력은 무엇일까. 기와지붕에 둘러싸인 작은 마당 같은 풍경 아니었을까. 『미슐랭 가이드』가 최고 점수 별 세 개를 준 서울 북촌에서.

 분석 결과 미슐랭의 특징과 선호도가 읽혔다. 우선 미슐랭은 전통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되바라진 관광지나 쇼핑 명소는 되도록 언급을 피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지역은 하나같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통 문화에 관한 미슐랭의 관심은 식당에서도 엿보였다. 전국의 재래시장을 열거했고, 애환 서린 시장통 밥집도 찾아냈다. 음식에서 문화를 읽은 프랑스인의 취향이 드러난 대목이었다. 서울 ‘낙원떡집’을 소개하며 “이 달콤한 떡을 꼭 맛보라”고 추천한 것이나, 서울 동대문의 ‘진옥화 할매 원조 닭 한 마리’ 집을 “단순해 보이지만 정말 맛있다”고 묘사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미슐랭은 소문대로 암행 취재를 했다. 미슐랭 측은 한국관광공사·한식재단과 지난해 4월 한국편을 발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관광공사가 현장 정보를 제공했고 한식재단이 책자에 광고를 싣는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했다. 그리고 이번에 책이 나올 때까지 취재진의 행적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미슐랭이 선택한 식당을 취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미슐랭에서 취재를 왔다 갔다는 사실을 아는 식당 주인은 한 명도 없었다. 미슐랭이 “저명한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한국식 레스토랑으로 서양의 호화로운 저택에 초대된 느낌으로 매우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설명한 서울 ‘품 서울’의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50)씨도 미슐랭 취재진이 다녀간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미슐랭은 대체로 정확했다. 미슐랭이 선택한 장소 중에서 터무니없는 곳은 없었다. 의외의 장소는 있었지만, 나름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정보도 틀린 내용이 거의 없었다. 대신 특이한 곳은 여럿 보였다. 한국의 숙소를 언급하면서 미슐랭은 모텔과 같은 등급으로 러브호텔을 소개했다. 노래방도 있었고, 청담동 클럽도 있었다. 한국의 찜질방 문화에 대해서는 “한국인 특유의 나눔문화의 결정체”라며 흥미를 나타냈다.

 미슐랭은 노골적으로 한국 관광의 문제점을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소위 ‘한국의 대표 명소’를 생각하면, 그들의 무관심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돌아왔다. 이를테면 특급호텔 레스토랑 대부분이 언급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관광명소라고 믿었던 몇몇 지역도 미슐랭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 거리가 바로 우리의 관광 현실을 증거하고 있었다.

글=손민호·이상은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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