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양, 태자당 보시라이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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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왕양(左), 보시라이(右)

중국 공산당 5세대 새 지도부가 결정되는 내년 가을 공산당 18대 당대회를 앞두고 잠룡들의 각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목받는 후보자는 ‘충칭(重慶) 모델’을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운 보시라이(薄熙來·박희래·62) 충칭직할시 당서기와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69) 중국 국가주석의 공산주의청년단 라인으로 분류되는 왕양(汪洋·왕양·56) 광둥(廣東)성 당서기다.

 공청단 출신 선두주자 가운데 한 명인 왕 서기는 ‘공정한 사회, 행복한 광둥’을 표방하며 다원화된 사회 시스템을 통한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왕 서기는 최근 열린 광둥성 지도자 연석회의 자리에서 “개개인의 가치관과 사회 부문의 개별적 특성에 따라 행복의 정의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 인민이 홍색 이념을 공유하고 정신무장을 강조하는 충칭 모델’과 대비되는 ‘행복 광둥’의 발전 철학을 내비친 것이다. 왕 서기는 이 자리에서 “인민은 알 권리, 참여권, 표현권, 감독권을 요구하며 공평 정의를 바란다”며 지난해 10월 후 주석이 선전의 특구 지정 30주년 기념식에서 언급한 인민의 4대 민주권리를 재확인했다.

 광둥성 당위원회는 7월 ‘행복 광둥’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초안 담당자들이 베이징과 충칭, 홍콩과 싱가포르를 찾아 사회시스템을 비교하며 초안의 틀을 잡았다. 이 청사진은 ‘다원주의 사회체제에 의한 사회관리시스템(多元共治)’과 ‘성 정부와 사회 부문의 견제와 균형에 바탕한 유기적 협력시스템(深度合作)’이 골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경제일보는 “왕 서기의 ‘행복 광둥론’이 보 서기의 충칭 모델을 정조준했는지는 명시적이지 않지만 18대 당대회를 앞두고 충칭 모델을 둘러싼 잠룡들의 대응 발전 전략은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충칭시는 경제 발전의 성과를 주택·교육 등 민생 부문으로 돌리고 1000만 농민을 도시 주민화하는 충칭식 발전모델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오쩌둥 시대의 기강과 혁명 정신을 강조하는 홍색문화 캠페인을 벌이며 충칭을 이념화된 ‘레드 시티(혁명 도시)’로 바꾸고 있다. 보 서기는 “일각에서 충칭의 캠페인이 좌경화 운동이라고 비판하는데 당의 우수 전통을 자랑스러워하고 사회주의를 직시하는 것이 좌(左)라면 우리는 좌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부터 공산당 최고 의결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다수 파벌인 상하이방(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측근 그룹)과 태자당(공산당 혁명 원로들의 자제와 친인척) 파벌의 상무위원 5명이 충칭을 찾아 태자당 출신인 보 서기를 격려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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