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한국전자통신硏 '벤처 모교'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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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의 요람' 이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자리잡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다. 1977년 설립된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ETRI는 지금까지 1백40여개의 벤처기업을 배출했다. 단일기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ETRI의 연구원.직원 출신 벤처기업인들은 EVA(ETRI Venture Association)란 모임도 만들었다. EVA 회원들은 각자 다른 첨단분야에 종사하면서도 한 직장에서 일했다는 동료의식으로 뭉쳐 있다.

이들은 제품개발 때 회원간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나눠 맡아 협력하기도 한다. 반도체 장비제조사인 아펙스와 지니텍, 반도체 장비 전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코닉시스템 등 3사는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같은 ETRI 출신의 부부인 안동식.정미영씨는 디지털TV 송수신 장치를 만들면서 남편 안씨가 하드웨어를, 부인 정씨가 소프트웨어를 맡아 맥스웨이브와 맥스웨어란 별도의 회사를 차렸다. 기가통신과 기가텔레콤도 무선통신교재를 개발하며 역할을 분담했다.

모태인 ETRI와 합동으로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 산업자원부가 TV.전화기.인터넷.컴퓨터를 통합한 복합단말기인 'NiPC' 사업을 벌이며 ETRI가 통신모듈.프로토콜.시스템 통합기술을 주관하고 EVA회원인 ㈜임프레스정보통신이 코어칩 생산을, ㈜아스텔이 세부과제 개발에 참가하는 형태로 협조관계를 맺었다.

대전4공단의 중소기업 협동화단지에 위치한 메닉스엔지니어링의 이상수 사장은 "우리 회사와 거래하는 EVA회원은 20개사에 달한다" 며 "눈빛만으로도 의사소통이 될 정도로 서로 잘 알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고 말한다.

1백40여개사 회원 가운데 공개된 기업은 3개. 컴퓨터업계의 대부격인 이용태 회장이 이끄는 삼보컴퓨터와 아펙스(대표 김상호).핸디소프트(대표 안영경)등이다. 회원사 대부분이 창업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

하지만 정보통신.반도체.컴퓨터 분야 등에서 발군의 기술력을 갖춘 곳이 많아 고속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ETRI에서 EVA와의 교량 역할을 맡고 있는 김광호 벤처산업기술부장은 "EVA 회원들이 유망 기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 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이 유망기업으로 꼽는 곳은 정보통신쪽에서는 하이퍼정보통신.시스메이트.운상정보통신.해동정보통신.아이티.임프레스정보통신.기가텔레콤.프롬투정보통신.시스온칩.에프씨아이.맥스웨이브.텔리온 등이다.

반도체 및 기계분야에서는 지니텍.케이맥.에이에스비.에티스.에이팩.메닉스엔지니어링 등을,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코닉시스템.욱성전자.아라리온.서두인칩.브이알토피아.케이포엠.코난테크놀로지.자이온시스템.한국인식기술 등을 차세대 대표주자로 꼽는다.

대덕연구단지내 13개 정부출연연구소 가운데 ETRI가 유독 벤처기업 창업자가 많은 것은 '정보통신〓미래유망업종' 이란 시대의 흐름 때문. ETRI는 EVA 회원사의 '큰손' 이기도 하다.

연구원 창업때 자금지원도 해주는데 현재 60개 기업에 37억원을 출자.융자했다. EVA는 ETRI와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올 4월 개최 예정인 'ETRI 밀레니엄 컨퍼런스' 가 그것. EVA회원 뿐 아니라 ETRI출신 교수와 전문경영인.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 등을 한자리에 모아 친목을 다지며 비즈니스도 함께 하도록 할 방침이다.

EVA회장인 유영욱 서두인칩 대표는 "자리가 잡힌 선배기업들이 후배기업들을 도와주기 위해 2백억원 규모의 벤처 캐피털도 출범시킬 계획" 이라고 밝혔다.

ETRI는 정보통신분야의 첨단기술을 개발.보급하는 일을 해왔으며 ▶TDX전전자교환기 개발▶휴대폰에 필요한 CDMA기술 상용화▶64메가D램 반도체 개발 참여 등 업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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