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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 카자흐 신화’ 차용규 사상 최대규모 과징금 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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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세청이 ‘1조원의 사나이’로 유명한 차용규(55·사진)씨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범한 월급쟁이였던 차씨는 카자흐스탄에서 주식 거래로 억만장자가 된 인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역외탈세 추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17일 국세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최근 차씨의 역외탈세 혐의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 직원이었던 차씨는 2004년 삼성물산이 카자흐스탄 최대 구리업체인 카작무스 지분을 팔고 철수할 때 이 회사 지분을 일부 인수했다. 이후 2005년 카작무스가 런던증시 상장에 성공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차씨는 2006년 1조원 규모의 카작무스 지분을 모두 팔아 치운 뒤 경영에서 손을 뗐다.

 현재 차씨는 가족들과 영국과 홍콩 등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차씨가 카작무스 지분 매각으로 번 1조원대 소득에 대한 역외탈세 혐의와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 부동산에 투자해 세금을 탈루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국세청 조사는 역외탈세 집중조사의 일환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달 ‘선박왕’으로 불리는 권혁 시도상선 회장도 41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업계에선 차씨에 대한 추징 규모가 이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차씨가 ‘거주자’ 요건에 해당하느냐다. 국세청이 추징에 나설 경우 차씨는 비거주자여서 세법상 외국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차씨는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독일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1995년 그는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배치받아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맡았다. 그는 이 회사를 세계 8위의 구리 생산업체로 키운 공로로 2000년 공동대표에 올랐다. 2004년 삼성물산이 갑자기 이 사업에서 철수하자 차씨는 카작무스 지분을 대거 인수했다. 다음 해 10월 카작무스는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됐고, 원자재난을 틈탄 국제 구리시장의 호황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그는 2006년 말 보유주식 2100만 주(4.5%)를 모두 처분하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2008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1000명에서 재산 14억 달러(약 1조5000억원)로 843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인으로는 9위의 갑부였다.

윤창희·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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