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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스토리 11 금값 상승이 미치는 영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매장에 온 한 손님 얘기다. 어려서부터 친했던 친구의 아들 돌잔치에 초대받고 팔찌를 사러 백화점에 갔다는 그는 순금 가격을 듣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방송이나 신문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시세를 확인하고 나서야 실감이 나더라는 것이다.

 순금 가격이 오르면서 이러저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돌이나 백일 선물로 대표적이던 금반지·팔찌·목걸이가 현금으로 바뀌는 추세다. 최근엔 돌반지 중량을 줄여 선물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까지 돌반지는 주로 한 돈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요즘은 1g, 즉 0.3돈 돌반지가 나오고 있다. 선물하는 사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3분의 1 가격의 돌반지를 내놓은 것이다.

 금값 상승은 주얼리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 소재의 보석을 제작하는 업체는 원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부담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게 될 것이다. 금이나 보석 수요가 줄면서 제조업체나 공급업체들의 매출도 줄어든다. 주얼리 시장의 악순환이다.

 근래 10년 사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의 경제가 악화되면서 금가치의 상승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물론 금 시세는 예전부터 등락을 반복해 왔지만 이 정도의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린 적은 없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엔 온스당 2000달러까지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금값 상승세를 꺾을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경제가 크게 개선되거나 금값이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최고조에 도달하면 상승이 멈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경제가 크게 개선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필자 역시 그러한 의견에 동의하며 앞으로도 당분간 이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만약 금값 상승이 꺾이지 않는다면 국내 주얼리 업계와 소비자에게는 어떤 파급 효과가있을까. 우선 서울 종로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형성돼 있는 중소 규모의 귀금속 도·소매상들의 귀금속 판매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소비 패턴도 귀금속 위주에서 액세서리, 패션 주얼리 등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일부에선 벌써부터 서서히 탈바꿈을 하는 중이다.

 뿐만 아니다. 결혼 준비 항목에서 예물 비중이 줄고 예물의 의미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다이아몬드 세트를 비롯해 진주, 패션, 유색 등 여러 종류의 주얼리를 구매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커플링만으로 예물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최근 들어서는 은수요도 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국내 주얼리 시장의 위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주얼리 시장은 앞으로 금값 상승의 파급 효과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공급자인 주얼리 업계는 소비자 입장에서 소재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패션 주얼리 마케팅에도 힘써야 한다. 소비자들은 무조건 소비를 중단하기보다 제품 하나라도 더 꼼꼼하고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주얼리 디자이너 한영진=주얼리 브랜드 오르시아대표로, 2007 국제 귀금속 장신구대전에서 수상했다. 2008년 뉴욕국제 주얼리 박람회 자문위원을 맡았고, 같은 해 지식경제부 주최 주얼리 디자인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2009년 드라마 ‘천추태후’의 봉관제작기술을 자문했으며, TV 드라마와 영화에 여러 차례 협찬했다. 지난해 4월에는 제 21회 전국귀금속 디자인 공모전 특별상을 받았다.

[사진설명] 14k 팬던트에 다이아몬드 장식이 들어가는 오르시아의 이니셜 목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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