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일슬’ ‘새우짱’ 짝퉁 종결국 중국서 백기 든 외국기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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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애니콜.(출처=인터넷 게시판)


지난 달 이랜드가 '짝퉁' 자사 상품을 팔던 중국 대형 인터넷 쇼핑몰을 상대로 벌인 소송에서 6년 만에 승소했다. 이랜드는 17년 전 중국에 진출해 여성복 시장에서 매출 순위 2위를 달릴 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중국인들이 이를 가만 보고 있을 리 없었다. 짝퉁이 등장했다. 중국인 두(杜)모씨가 이랜드 인기브랜드 ‘티니 위니’와 ‘이랜드’의 모조 상품을 쇼핑몰 '타오바오왕'에서 정품 가격의 5∼10배로 싸게 팔아 이득을 챙긴 것이다.

타오바오왕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의 자회사이다. 올해 3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악명 높은 마켓(notorious markets)’으로 2년 연속 분류될 만큼 짝퉁이 판치는 쇼핑몰이다. 짝퉁으로 세계 최대가 된 '저작권 무개념 종결 기업'인 셈이다.

이랜드 측은 타오바오왕에 두씨의 불법 상품정보를 삭제하고 판매대금 지급용 계좌의 동결을 요구했다. 예상대로 타오바오왕은 이를 거부했다.

참이슬과 참일슬.


이랜드는 결국 "쇼핑몰이 짝퉁 상품을 팔도록 용인해줬다"며 타오바오왕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타오바오왕은 이득을 챙길만큼 챙겼다. 지난달 25일에야 판결이 났다. 상하이(上海) 제1중급법원이 이랜드의 권리침해를 인정했다.

법원은 “타오바오왕이 이랜드의 권익 침해 사실을 알고서도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두씨의 불법행위를 도와줬다. 공동권리침해행위여서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6년이 걸린 짝퉁전쟁은 그렇게 끝났다.

중국이 유명 브랜드나 상표, 내장재 등을 베끼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에서 불법 모조품은 '산짜이(산채·山寨)'로 불리운다. 옛날 도적들이 몰려 사는 소굴이란 뜻이다. 영업허가 없이 깊은 산골짜기에 숨어 모조품을 찍어낸다는 데서 유래했다.

중국 산짜이는 이름을 비슷하게 쓰는 정도를 넘어 최근엔 브랜드명을 똑같이 가져다 쓰고 제품 외양이나 포장만 살짝 다르게 하는 대범함을 보이고 있다.

농심 신라면 컵라면은 이름도 포장도 똑같다. 밀폐용기 브랜드 '락앤락(LOCK&LOCK)'를 베낀 LQCK&LQCK, 삼성 애니콜을 베낀 Samsong Amycall 등을 보면 실소가 터진다. 치킨 체인점 KFC를 베낀 KFG, 소주 ‘참일슬’, ‘새우짱’도 있다.

이외에도 가짜 양담배, 짝퉁 자동차 부품, 가짜 비아그라 등 중국엔 짝퉁이 없는 품목이 없다.

중국제 짝퉁 애니콜 압수품


소프트웨어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에서 사용되는 개인 컴퓨터 10대 가운데 8대 가량은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SW)가 깔려 있다는 조사 결과(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도 나왔다.

지난 해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인 사이버시터는 중국 정부와 컴퓨터 제조업체 7곳을 상대로 22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중국에서 짝퉁이 하도 판을 쳐 사실상 시장가치를 상실했다고 포기한 상태다.

물품이 아니라 문화도 베낀다. 최근엔 영국 왕실의 결혼식을 흉내 낸 '짝퉁 왕실결혼식'도 열렸다. 신랑은 화려한 예복을 입고 왕비 같은 자태를 뽐내는 신부와 함께 행진했다. 신부의 행렬에는 말을 이끄는 마부와 호위병 50명, 자동차 100여대가 늘어서 실제 영국의 왕실 결혼과 비슷했다. 이 결혼식에는 700여 명의 하객이 참석했고 일부는 드레스 코드를 통일해 왕실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은 짝퉁 문화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싼 값에 진짜와 비슷한 상품을 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깊게 박혀있다. 심지어 짝퉁을 만든 사람을 영웅으로 칭송하기까지 한다. 돈 안내고 공짜로 남의 재산을 쓸 수 있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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