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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사이코〉 인기몰이

중앙일보

입력

인디(독립)영화의 에베레스트라고 불리는 선댄스 영화제가 올해는 예년과 달리 비교적 온화한 기온 속에서 20일 막을 올렸다. 개막작으로는 거린더 찬다 감독의 〈요리란 바로 이런 것 (What's Cooking?)〉이 올려졌다.

로스앤젤스에 거주하는 다인종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로 다소 복잡한 스토리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막식에서 영화제 총감독인 제프리 길모어는 이 영화가 올해 선댄스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의 경향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자주 보아왔던 쿠엔틴 타란티노류의 독특한 작품이 올해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며 "기존 문법을 파괴하는 영화가 배급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판단한 것 것 같다" 고 분석했다. 올해 선댄스의 또 다른 특징은 어느 해보다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경쟁부문과 월드시네마 부문 등에서 상영되는 총 1백11편의 장편영화 중 40여편이 여성 연출가의 손을 거쳤다.

지금까지 상영된 작품 중 가장 화제를 많이 뿌린 영화는 22일 첫 시사를 한 메리 해론 감독의 〈아메리칸 사이코〉였다. 상영 시작 6시간 전부터 길다랗게 줄을 서서 기다릴만큼 많은 관심을 모았다. 월스트리트의 한 여피족이 살인자로 돌변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로 현대 미국 문명의 병폐를 날카롭게 지적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폭력적이고 잔혹한 장면이 많아 영화가 끝난 뒤에도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최하던 기자회견이 사라졌다는 점도 예년과 다른 면모였다. 대신 '감독과의 식사' '(Filmmakers' Brunch)'라는 자리가 마련돼 관객 및 기자들과 참가 감독들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에 대해 16년간 영화제를 사실상 주도해 온 레드포드는 "그 동안 선댄스가 영화시장으로 변모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지만 앞으로는 영화제를 영화인들의 진정한 포럼으로 재탄생시키고 싶었기 때문" 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응모된 작품은 장편영화 8백50편, 다큐멘터리 3백47편. 이 중 장편영화 16편과 다큐멘터리 15편만이 본선경쟁에 진출했다. 단편에는 무려 2천여편이 몰린 가운데 65편만 선정됐다. 이는 '선댄스영화제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꿈꾸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이 선댄스의 열병을 앓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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