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 근로자 월 1000명씩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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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찌르는 화학물 냄새가 진동하는 경기도 시흥의 한 보석 가공업체에서 5년간 일한 태국인 여성 근로자 좀스리(41)는 현재 안산 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감호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사장이 불법체류자가 된 걸 알고 밀린 임금 1500만원을 주지 않고 내쫓았다”고 말했다. 올 초 불법체류자로 적발됐지만 임금 소송 때문에 강제출국이 유예됐다. 좀스리는 안산 이주민 통역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임금체불 소송을 벌이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뒤 체류기간이 끝나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불법체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에서 3년간 일할 수 있는 단순기능인력 비자(E-9)로 들어왔기 때문에 3년이 지나면 귀국해야 한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 1~3월 매달 500~600명의 불법체류자가 발생했다. 2008년 초 9100명이던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말 1만3000명을 넘어섰다.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율도 지난해 7월 20%에서 올 3월에는 41%로 급증했다.

 문제는 불법체류자가 앞으로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최홍 선임연구원은 “현재 불법체류 추세를 보면 7월부터 내년까지는 매달 1000명 이상 불법체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매달 1000명 선이었던 체류기간 만료자가 7월부터는 3000~4000명으로 급증하기 때문이다. 불법체류자가 느는 이유는 간단하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의 집 이정혁 목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내에 취업하려고 보통 1000만원 이상을 송출비용으로 쓴다”며 “한번 들어온 이상 당연히 본전을 뽑으려 든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현행 고용허가제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로 그치고 자발적인 귀국자에 대한 혜택은 크지 않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불법체류자로 적발되면 강제출국시킨 뒤 1~5년간 재입국을 불허하고 자발적 귀국자는 6개월 뒤 입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속도 허점투성이다. 고용노동부 민길수 외국인력정책과장은 “매달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고 사업주 처벌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단속하는 법무부 말은 다르다. 법무부 체류조사과 관계자는 “단속 인원이 있지만 140명이 전부여서 비자 심사 등 다른 일로 바쁘다”고 말했다.

전북대 설동훈 교수는 “불법체류자를 방치하면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침해와 사회질서 혼란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이나 ‘3D(더럽고, 힘들고, 어려운) 업종’의 눈치만 볼 게 아니라 고용허가제 자체를 재검토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고용허가제=국내에서 인력난을 겪는 사업주의 요청에 따라 외국인 단순기능인력의 입국 및 취업을 비전문취업(E-9) 자격으로 3년간 허용(2년 연장 가능)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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