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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세금 낭비 공무원 반드시 책임 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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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양건 감사원장이 제시한 향후 감사활동은 공직 비리 척결과 예산 낭비 감시라는 두 축(軸)으로 요약된다. 그는 권력·토착 세력, 대규모 사업, 세무, 교육, 방위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공직 비리에 대한 고강도 감찰 활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동시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악화에 대응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단체장의 낭비성 예산집행 방지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권력 측근을 포함해 누구에게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정권 후반기의 공직 기강을 잡기 위한 정치적 포석을 감안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고질병(痼疾病)에 맞서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공직 비리와 세금 낭비는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다닌다. 공직 비리는 궁극적으로 국민 세금을 갉아먹는 도둑질이다. 요즘 예산 횡령과 뇌물이란 단어는 자고 나면 듣게 될 정도로 친숙한 용어가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가 178개국 중 39위라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다. 그만큼 비리와 부패에 무덤덤한 상태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보여준 금융감독원의 비리는 결정판이다. 금감원 간부들이 받은 뇌물이 누구 돈인가. 세금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에 투입된 17조원의 공적자금, 즉 세금 중 일부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저축은행 부실을 또 세금으로 메워줘야 할지도 모른다니 기가 막힌다.

 세금 낭비는 더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1100억원의 혈세가 들어간 인천 월미은하레일에는 먼지만 쌓여가고, 구청장들은 선진행정 연구라는 명목으로 해외 ‘공짜 관광’을 하고, 인구 10만 명도 안 되는 지역에서 750억원짜리 운동장을 짓고 있다. 표를 의식한 단체장은 선심성 행사와 축제에 골몰하고, 공무원은 타당성을 따지지 않은 채 사업을 마구 벌인다. 재정이 골병들고 있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세금 집행의 감시·감독은 1차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세금을 제 주머니로 빼돌리는 파렴치범은 말할 것도 없고 세금을 제 돈 쓰듯 하는 ‘사이비 공무원’들에게는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따져야 한다. “성역은 없다”는 양 감사원장의 공언을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