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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가 입는 명품을 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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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① 로로피아나 실크 블라우스(212만원)와 바지(111만원). ② 쿠치넬리 자켓(248만원)과바지(148만원). ③ 끌로에 자켓(175만원)과 바지(138만원). ④ 랑방의 원피스(295만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애비뉴엘 명품관 멤버스클럽 매니저인 양유진(50·사진) 실장. 그는 국내 ‘퍼스널 쇼퍼’ 1호다. 명품의 트렌드와 VIP 의 취향을 국내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퍼스널 쇼퍼 경력 7년차의 그가 말하는 명품과 VIP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선호 브랜드와 스타일=양 실장은 “요즘 명품족들은 똑 떨어지는 정장 대신 ‘크로스 코디(맞춰서 이것저것 조합해 입을 수 있는)’할 수 있는 캐주얼한 분위기의 세미 정장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가방 브랜드로 VIP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브랜드는 옛날도 그랬고, 지금도 샤넬·루이뷔통이다.

 여성 의류는 어떨까. 양 실장은 “특히 대기업 오너 부인과 여성 CEO분들은 클래식한 분위기에 디자인이 튀지 않지만 소재는 고급이라 품위가 나는 쿠치넬리·에르메스·로로피아나 같은 브랜드를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VIP일수록 브랜드 로고가 곳곳에 드러나 한눈에 명품 브랜드임을 알 수 있는 제품보다는 드러나지 않는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한다. 젊은 명품족이나 중견기업 오너 부인들이 애호하는 브랜드는 화려하고 개성이 강한 브랜드들이다. 랑방이나 클로에가 이에 해당한다. 발렌시아가와 구찌는 무난하면서도 트렌디해 어느 고객에게도 권하는 편이라고 한다.

펜디는 VIP들이 즐겨 찾는 명품 모피 브랜드다. 사진은 올봄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쇼에서 선보인 펜디의 올겨울 신제품. 아직 국내에 수입되지 않아 가격은 미정이다.

 VIP가 어떤 명품을 구매하는지가 양 실장의 손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명품 브랜드들도 양 실장에게 많은 공을 들인다. 최근 이탈리아 브랜드 펜디는 로마 모피 패션쇼에 양 실장을 초청했다. “가장 싼 것이 3000만원 하는 펜디 모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퍼스널 쇼퍼가 이해해야 명품 고객에게 자신 있게 권해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VIP는 어떤 사람=양 실장은 “하루에 혼자 혹은 두세 명씩 5~6팀이 방문하는데, 이 중 2~3명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한 번 오면 두세 시간 세상 사는 얘기를 하다 가는 고객부터 30분 만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필요한 명품을 쭉 사가는 고객도 있다”고 덧붙였다. 명품 판매액도 때에 따라 한 달에 3억~10억원으로 들쑥날쑥하다고 한다. 그는 “부자 사모님들만 퍼스널 쇼퍼를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시간 없고 평소 쇼핑을 못하는 여성 최고경영자들도 퍼스널 쇼퍼의 주된 고객”이라고 밝혔다.

 “매우 중요한 파티에 가야 하는데 30분 만에 어울리는 옷과 구두·가방을 골라 달라”는 식의 주문을 하는 VIP가 많아 30분 만에 적절한 아이템을 쭉 골라오는 순발력은 필수. 양 실장은 약 200명의 VIP에 대해서는 평소 선호하는 스타일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양 실장은 “VIP는 의심이 많고, 잘 안 믿는다. 마음의 문을 잘 열지 않지만 한번 마음의 문을 열면 끝까지 믿는 특징이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옷을 팔기보다는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팔아보겠다고 약간 과장해서 말해도 VIP들은 귀신같이 알아챈다는 것. 자존심과 질투도 강해 퍼스널 쇼퍼 1호인 양 실장의 관심을 독점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VIP 100~200명이 동시에 몰리는 파티가 열리면 양 실장은 일부러 뒤로 빠지고, 후배들이 VIP들을 응대하도록 한다.

최지영 기자

◆퍼스널 쇼퍼= VIP에게 일대일로 스타일 컨설팅을 해주고 쇼핑할 제품을 골라주는 ‘쇼핑 상담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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