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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축구냐” 아저씨들의 야유 … 여성도 행복한 축구장 됐으면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지난달 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난생처음 보는 성남 일화와 경남 FC의 프로축구 경기. 사람이 너무 없다. 구단에서는 1000명이 왔다고 했지만 실제 관중은 많아 봐야 300명을 넘지 않아 보였다.

K-리그는 관중을 모으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 삼성은 축구장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없앴던 치어리더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FC 서울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분위기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 야구만큼은 못하다.

여자의 입장에서 축구장이 재미없는 이유는 두 가지다. ‘아저씨 문화’와 ‘능동성 부재’.
아저씨 문화란 ‘와’ 하고 달아올랐다가 못하면 욕설을 하는 그 마초적인 분위기를 말한다. 남자들의 광기 어린 함성과 욕설, “내가 해도 더 잘하겠다. 그걸 공이라고 차느냐” 식의 야유는 들을 때마다 불쾌하기 그지없다. 남자들, 야구는 캐치볼 정도 해 봤겠지만 축구는 초·중·고와 군대까지 어림잡아도 15년은 해 온 셈이다. 그렇기에 훈수를 두고 싶을 거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잘할 수 있나 하면 그건 아니다. 프로축구를 보러 온 여성이 왜 아저씨들의 기고만장한 허풍과 야유를 들어야 하는 걸까. 그렇다고 “응원만 하세요”라고 말할 수도 없다.

축구에 매료되는 이유는 야구처럼 복잡하지 않은 룰과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축구장에 선뜻 여자들끼리 가기 힘든 건 바로 이런 괴성 속에서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서포터스도 그렇다. 야구처럼 대중성 있는 응원이 없다.

축구는 야구에 비해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할 게 없다. 골을 넣지 못했을 때의 아쉬움, 탄식 그리고 골이 들어갔을 때 환호 정도가 관중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대안 없이 축구장에서 할 일도 없는 여성들에게 자꾸만 축구를 보러 오라고 하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다. 뭐라도 할 일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축구장에서는 먹는 재미도 없다. 축구는 야구와 달라 뭐 먹을 틈이 없다곤 하지만 매점이 참 부실하다.

야구 관중이 급증한 건 여성 팬들이 늘어서다. 프로축구가 남성과 골수팬들을 잡으려고만 하지 말고, 여자가 행복한 축구장 만들기에도 노력했으면 좋겠다.

손예술 기자 meister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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