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무슬림에 대한 잘못된 인식 심어 … 우리에겐 무거운 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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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호 06면

남캘리포니아주 최대 이슬람 사원인 ‘남캘리포니아 이슬람센터(ICSC)’의 신세대 이맘인 지하드 터크(39·사진)를 6일 인터뷰했다. 그는 이 사원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꼽힌다. 미국과 무슬림의 가교이자 통로다. 팔레스타인 출신 무슬림 아버지와 감리교인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출생자다. 미국에서 자라 대학을 마쳤고 이란으로 유학도 다녀왔다. 무슬림 5대 의무 중 하나이면서도 일생에 한 번은 꼭 실현하기를 꿈꾼다는 성지순례를 두 차례나 했다. 미국 내 이슬람의 공격적 포교 컨셉트에 딱 맞는 인사다. 그는 무슬림 대변단체(MPAC)의 LA 책임자인 살람 알 마리아티를 동석시켰다. 말을 신중하게 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LA 이슬람센터 신세대 이맘 지하드 터크

-오사마 빈 라덴이 죽었다. 의미를 말한다면.
“암흑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왔다. 빈 라덴은 과격파로 죽음을 상징한다. 이슬람은 생명의 이데올로기를 가진 종교다.”

-신도들의 반응은 어떤가.
“첫 반응은 안도다. 빈 라덴은 무슬림에 대한 불공평한 고정관념과 잘못된 정보를 심어준 원천이었다. 그래서 무슬림들의 무거운 짐이기도 했다. 특히 중동에 가족과 친지를 둔 무슬림들은 그의 사망이 민주화의 바람을 더욱 거세게 할 기회라고 보고 있다.”

-개인적 생각은.
“그날 아이들을 재우고 뉴스 속보를 봤다. 마음이 복잡했다. 안도하면서도 백악관 앞에서 벌어진 축제에는 공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슬펐고, 불행한 과거(9·11 테러)가 떠올랐다. ‘길보 공포증(euphobia)’까지 느꼈다. 정의가 실현되길 바랐지만 또 다른 죽음이 개입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
다.”

-빈 라덴 사살이 정당했다고 생각하나.
“국제적 치안활동이라고 본다. 국제 전범을 추적해 교전 중 발생한 일이다.”

-정당하다는 뜻인가.
 “경찰의 공무집행에 정당하냐는 잣대를 들이댈 수 있나. 사상자를 최소화한 작전이라는 데 공감한다는 뜻이다. 9·11 테러로 3000여 명의 생명을 잃었다. 그후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비난은 고스란히 무슬림 전체의 몫으로 돌아왔다. 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안심했다는 대답이 정직할 것이다.”

-빈 라덴이 사망 당시 무장을 하지 않았다는 보도는 어떻게 보나.
“발표가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심지어 그가 나체였다는 말도 돌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는 언급하지 않겠다.”

-빈 라덴의 죽음을 애도하는 교인도 있나.
“내가 아는 한 없다. 월요일에 사원에 나왔더니 많은 신도가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기도는 빈 라덴의 애도가 아니라 수많은 아랍국가에서 더 이상의 전쟁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빈 라덴 사망 후 사원 내 달라진 점이라면.
“외부인들의 출입이 늘었다. 기자들 말이다. 오늘까지 50개 언론사에서 우리 센터를 취재했다. 오늘도 몇 개 언론사가 전화로 ‘빈 라덴의 수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더라.”

-똑같은 질문을 해야겠다.
“이슬람이라서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지 않나? 종종 미국 정부가 무슬림들에게 지나치게 예민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코란은 복수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나.
“비난하고 책망한다. ‘다른 이의 적이 되지 말고, 보복할 권리와 기회가 있다고 해도 정도에서 벗어나지 말라’고 한다. 또 ‘앙갚음하기보다 무시하라’고 한다. ‘악에 대응하면 스스로 악이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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