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네 발 달린 전사들’ 아프간전 주역으로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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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바그람 미 공군기지에서 미군 병사들이 군견을 헬기에 실어 나르기 위해 군견의 눈에 고글을 씌우고 허리에 벨트를 채우고 있다. [미 육군 제공]


폭발물 탐지견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2001년 아프간 전쟁 개시 이후 탈레반 반군 등이 설치한 사제 폭발물(IED)로 미군 희생이 잇따르며 폭발물 탐지견이 크게 늘었다. 지난 2일 ‘미국의 공적 1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작전에도 탐지견이 동원돼 빈 라덴 은신처 주위의 폭발물을 탐지하고 몸에 감시 카메라를 장착해 네이비실 대원들에게 주변 상황을 전달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전쟁터의 개들(dogs of war)’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프간전에서 ‘네 발 달린 전사들(four-legged warriors)’이 맹활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탐지견들이 미군 장병들과 함께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누비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적의 매복이나 기습이 많은 아프간전에서 군견들은 다른 어느 전쟁에서보다 큰 활약을 펼치고 있다. 군견의 주요 임무는 미군에게 가장 큰 위협인 부비트랩 형태로 숨겨진 사제 폭발물 탐지다. 첨단 기술도 폭발물 탐지에서는 후각이 발달한 개의 능력을 따라갈 수 없다.

 아프간에 투입된 탐지견은 2007년 9마리에 불과했으나 현재 350마리로 늘었다. 미군은 올해 말까지 650마리로 늘릴 계획이다. 미군은 오는 7월부터 아프간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할 예정이지만 탐지견 수는 더 늘리는 것이다. 미군이 보유한 탐지견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크게 늘었다. 9·11 이전만 해도 1800마리였던 탐지견 숫자는 현재 약 2700마리까지 확대됐다.

 미군이 아프간전에 탐지견을 투입하는 이유는 IED로 인한 미군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아프간 전쟁 이후 올 3월까지 IED로 인한 미군 사망자는 657명, 부상자는 6330명에 달한다. 아프간 주둔 미군의 최대 사망·부상 원인이다.

 임무가 막중한 만큼 탐지견은 전장에서 장병들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 지난해 가을 미 해병대는 아프간 마르자 지역을 수색하던 중 군견을 공격하려던 동네 개 한 마리를 사살했다. 군견이 다치면 폭발물 탐지를 못해 군인들이 위험해질 수 있고 사람이 다쳤을 때처럼 군견을 위한 구급 헬기를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휘관 마뉴엘 제페다 중대장은 “우리는 군견을 해병대원 중 한 명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탐지견들은 장병들과 애환을 함께 하는 만큼 충성심이 남다르다. 지난해 12월 군견병인 콜튼 러스크 일병이 아프간 헬만드주에서 적의 총에 맞자 군견 엘리는 러스크의 몸 위로 올라가 그를 보호하려고 했다. 부대장은 당시 상황을 러스크의 부모에게 알리고 3살 나이의 엘리를 조기 전역시켜 러스크의 부모에게 입양시켰다. 러스크의 어머니 캐시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엘리는 러스크의 방으로 달려가 계속 냄새를 맡더니 러스크가 쓰던 침대로 뛰어올라갔다”며 “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는 데 엘리가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탐지견은 셰퍼드나 말리노이즈가 일반적이지만 아프간에는 후각이 뛰어나고 얌전한 래브라도 레트리버가 주로 파견돼 있다. 탐지견은 훈련비로 마리당 최고 4만 달러(약 4340만원)를 쓰는 등 고강도의 훈련을 받는다. 탐지견 훈련 중에는 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훈련도 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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