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자살 막아내고 … 분실 노트북 찾아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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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영등포경찰서 사이버수사팀의 팀원들. 왼쪽부터 방대연 경장, 우태종 경장, 김규연 경사.

지난달 말 한 유명 칼럼니스트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신고 전화를 걸어왔다. 가수·정치인 등 유명인의 트위터에 자살을 예고하는 글을 올린 사람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영등포서 사이버수사팀 우태종(35) 경장은 바로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4월 초부터 올린 ‘힘들다, 도와달라.’ ‘5월 7일에 자살하겠다’는 글이 수십 건 발견됐다.

 예고된 날짜까지 2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우 경장은 같은 팀 방대연(36) 경장 등과 함께 글쓴이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온 종일 검색에 매달렸다. 이들은 글쓴이가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군(15)임을 파악하고 바로 교육청과 해당 학교에 이 사실을 알렸다. 자살예방센터의 상담사와 함께 학교를 찾아갔던 김규연(38) 경사는 “학생이 힘들다는 사인을 계속 보내고 있었지만 가족도, 선생님도 알지 못했다”며 “자해한 흔적이 발견되는 등 심각한 상태였다”고 했다. 현재 A군은 많이 안정돼 수학여행도 다녀왔다. 우 경장은 “지속적으로 상담사와 전화를 하면서 A군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인터넷 카페 ‘수사의 신’을 개설해 분실물을 찾아주는 경기도 고양경찰서 강력 2팀의 팀원들. 왼쪽부터 이승민 경장, 신진구 경장, 이광수 경위, 길기호 경사, 이동욱 순경.



 경기도 고양경찰서 강력 2팀도 온라인으로 대민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2009년 9월 인터넷 카페 ‘수사의 신(cafe.naver.com/112cyberpolice)’을 개설했다. 이광수(41) 팀장과 팀원 4명은 이 카페를 통해 시민들이 분실한 전자제품을 찾아주고 있다. 노트북, DSLR 카메라,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찾아주는 분실품 종류도 다양하다. 이 팀장은 “수사를 하면서 몸에 밴 장물 유통 경로 추적의 노하우를 활용해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휴대전화 150여 대와 노트북 60여 대, 태블릿PC 10여 대 등이 이들의 손을 거쳐 주인에게 되돌아갔다. 이 팀장은 “지문 정보를 가지고 범인을 추적하듯 각 제품 고유의 시리얼 번호 등을 단서로 삼아 분실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의 신’ 카페에서는 분실 신고뿐 아니라 강도, 강간, 살인 등 강력범죄 제보도 받는다. 팀원 신진구(39) 경장은 “강력팀 기본 업무와 함께 분실품을 찾아주다 보니 다른 팀보다 초과 근무를 50% 이상 많이 한다”면서도 “물건을 찾은 시민들이 미소를 짓는 걸 보면 피곤이 사라지곤 한다”고 말했다.

김효은·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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