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입양인 눈물 닦아주려 ‘매국노’ 소리까지 들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오랜 정서와 선입견에 맞서 국민들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16일 퇴임하는 법무부 국적·난민과 차규근(43·사진) 과장은 지난 5년을 ‘파란만장했던 시간’이라고 했다. 10년 동안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로 일했던 그는 2006년 법무부 첫 개방직 국적·난민과장으로 취임했다. 2년 임기를 채우고 1년씩 3번 임기를 연장해 법정상한인 5년을 근무했다.

복수국적 허용, 독립유공자 후손 국적취득, 난민 귀화, 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사건…. 그의 말대로 ‘바람 잘 날 없던’ 시간들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아달라고 하자 차 과장은 해외 입양인들의 국적 회복 얘기를 꺼냈다. 2008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제한적 이중국적 허용 방안’이 토론과제로 제출되면서 한국 사회는 복수국적 허용에 대한 찬반 양론으로 들끓었다. 차 과장은 수십 차례 토론회에 나가고 인터뷰를 했다. 한 라디오방송 토론에서는 전화로 연결된 청취자로부터 ‘매국노’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단일국적만 허용할 때에는 한국 국적을 얻고 싶어도 주저하는 해외 입양인들이 많았습니다. 양부모와 인연이 끊어질까봐 걱정했던 겁니다. 복수국적이 허용되면서 지난달 마침내 국적을 회복한 입양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사 인사를 전할 때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그는 아직도 복수국적 허용에 대해 오해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했다.

 “복수국적 허용이 병역기피의 수단이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봅니다. 고의로 병역 부과 연령을 넘긴 사람들의 국적 회복을 불허했고, 국적을 세탁해 병역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을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국적법 개정으로 병역자원은 더 늘어나게 된 겁니다.”

 그는 공직생활을 마치고 변호사로 돌아간다. 국적·난민과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외국인·난민 정책 마련에 힘을 보탤 생각이다.

이동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