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뜰 때 수저에 안 붙는 상품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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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고추장을 뜨고 난 후 수저에 붙어 있는 걸 깨끗하게 떼어낼 수는 없을까.”

 올 2월 CJ그룹의 ‘온리원페어’에 참여한 신입사원 김하나(25)씨가 던진 질문이었다. 온리원페어는 CJ그룹이 매년 상·하반기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디어 공모전이다. 김씨가 속한 팀의 팀원들은 토론 끝에 고추장 용기 윗부분 한쪽에 물결 모양의 실리콘 패드를 부착해보기로 했다. 고추장을 뜨고 난 후 수저를 패드에 닦아낼 수 있게 한 것이다. 실제로 모형도 만들어 봤다. 뚜껑을 여닫는 데도 불편이 없었다. 이 아이디어는 올 하반기 제품으로 출시된다. CJ제일제당은 실제 생산라인에 적용이 가능하도록 용기 디자인과 소재 등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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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잼 용기도 온리원페어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수저나 버터나이프로 잼을 떠 빵에 발라 먹으면 번거롭기도 하지만 잼이 수저 등에 남아 설거지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짜서 쓰는 튜브형 용기다. 케첩이나 마요네즈처럼 눌러 짜면 용기 윗부분에서 잼이 나오게 만들었다. 빵에 발라 먹기 쉽게 잼이 나오는 부분을 넓적하게 디자인했다.

 조리하지 않고 바로 먹는 일명 ‘모닝두부’도 올해 안에 달라질 예정이다. 모닝두부에는 소형 포장한 간장이 딸려 나온다. 손으로 윗부분 비닐을 찢어 두부에 뿌려 먹게끔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간장이 흘러 손에 묻기 일쑤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며 신입사원 오후근(30)씨가 아이디어를 냈다. 두부 한쪽을 움푹하게 안으로 파 그 공간에 간장을 넣자는 것이다. 일면 ‘간장 품은 두부’다. 이 아이디어 역시 상품화를 위한 개발 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상품화에 성공한 아이디어도 있다. 커피전문점인 투썸플레이스에서 사용되는 테이크아웃용 종이컵 뚜껑이 대표적이다. 2009년 12월 입사한 허혁(29)씨의 아이디어가 출발점이었다. 당시만 해도 테이크아웃컵 뚜껑은 평평한 모양에 입이 닿는 부위에 구멍이 뚫린 형태였다. 허씨는 “구멍이 뚫린 부분을 위로 볼록하게 만들어 먹기 편하게 하자”고 아이디어를 냈다. 빨대를 꼽은 것 같은 모양이었다. 바로 상품 개발에 들어갔다. 개발 과정에서 커피를 주로 먹는 여성 고객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위로 볼록 나온 부위에 립스틱이 묻었던 것이다. 개발팀은 아이디어를 폐기하는 대신 뚜껑의 가장자리 전체를 볼록하게 한 디자인으로 변형했다. 이 뚜껑 디자인은 지금은 대부분 전문점에서 사용할 만큼 일반화됐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신입사원 아이디어 박람회를 매년 두 차례씩 열고 있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하던 아이디어 제안 대회를 발전시킨 것이다. 신입사원의 아이디어가 상품·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웅진코웨이는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로 사내 문화가 달라진 경우다. 매달 첫째·셋째 화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하고 오후 5시30분부터 퇴근을 독려하는 사내방송을 진행한다. 오후 6시엔 아예 불을 꺼버린다. 이 제도는 입사 1~3년차 사원들로 이뤄진 ‘신기(神氣)나라 운동본부’라는 동아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웅진코웨이는 이 동아리를 사장 직속으로 두고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를 경영에 바로 접목하고 있다. 지난해 종무식을 합창대회로 대신했던 것 역시 이 동아리의 제안이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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