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 청소년 ‘하이킥’ 열풍… “자꾸 보니 중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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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출처=MBC 홈페이지)

요즘 북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MBC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뚫고 하이킥’이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딱딱한 사상교육에 싫증난 젊은이들이 재미있는 한국의 시트콤에 푹 빠진 것이다. 웬만한 고교생이라면 ‘하이킥’ 시리즈 DVD 한 두 장씩은 가지고 있을 정도다.

10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11월 양강도 지역에 이 시트콤이 전해진 뒤 젊은층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중학생과 젊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어방새(좀 모자라는 사람)’들 놀음 같아서 별로 재미를 못 느꼈는데 자꾸 보다 보니 중독된다"는 반응이다.

‘하이킥’시리즈 DVD는 1장 당 북한 돈 4000원이다. 쌀 1Kg이 약 1800~2000원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비싸다. 1장에 5편 정도가 들어있다.

그러나 재미에 푹 빠진 젊은층은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구입한다. DVD 복제 장치를 가진 장사꾼들은 짭짤한 수입을 올리며 덩달아 재미를 보고 있다.

시트콤 열풍에 새로운 유행어도 생겼다. 양강도 소식통은 "청소년들 사이에선 ‘하이킥’이라는 단어가 ‘희곡(코미디)’’연극’이란 말로 통한다"며 "그림을 그리는 이들 사이에서는 ‘변형’’왜곡’이란 뜻으로 통한다"고 전했다.

그런데 한국 시트콤이 유행하는 데 당국이 보고만 있을까. 이 소식통은 "’하이킥’이라면 도당 간부들이나 보위부 사람들도 다 좋아할 것"이라며 "특별히 단속하라는 지시도 없는데 누가 중뿔나게(불쑥 주제 넘게)단속을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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