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부활의 선율’ 일본에 선물한 정명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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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도쿄 산토리홀에서 열린 서울시향의 일본 공연에서 지휘자 정명훈씨가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제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세 가지, 인간과 음악, 그리고 한국입니다. ‘음악’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이웃나라 친구에게 ‘인간’적인 위로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휘자 정명훈(58)씨가 이끄는 서울시립 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9일부터 시작한 ‘2011 일본 투어’의 수익금 일부를 동일본 대지진 의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음악을 통해 한국 국민의 따뜻한 애정과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도쿄·오사카(11일)·도야마(12일) 등 일본의 주요 도시를 돌며 이어지는 이번 공연을 기획하면서 정씨는 한 가지 획기적 제안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 한다는 의미로 이번 공연을 한국과 일본의 대표 오케스트라가 함께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에 일본의 도쿄 필하모노닉과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흔쾌히 동참했다. 도쿄 필하모닉에서는 총 16명(바이올린 6명, 비올라 5명, 첼로 2명, 더블베이스 2명, 호른 1명)의 단원이,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는 첼로 수석이 객원 연주자로 참여하겠다고 서울시향에 통보해왔다.

 서울시향 측도 일본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곡을 바꾸는 등 세심한 배려를 했다. 10일 오후 7시 도쿄 산토리홀에서 열린 공연에서 서울시향은 당초 계획했던 드뷔시의 ‘바다’, 라벨의 ‘라 발스’ 대신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를 연주했다. ‘바다’는 쓰나미를 연상하게 하고, ‘라 발스’ 또한 화려한 빈의 왈츠를 찬미하는 내용이라 현재 일본의 상황과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정씨는 “차이콥스키 협주곡은 차이콥스키가 슬럼프를 극복하고 창작의 활력을 되찾았던 시기에 쓴 곡인 만큼 일본인들에게 이 곡을 통해 극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견디기 힘든 지진과 원전사고의 피해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도와주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며 “음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일본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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