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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4세 엘자 간씨의 아메리칸 드림

미주중앙

입력

지난해 8월 아들 알렉스(오른쪽 두 번째)와 며느리 래나 최(왼쪽 두 번째)의 결혼식 후 찍은 엘자 간씨(가운데)의 가족사진. 왼쪽은 큰 딸 나탈리아, 오른쪽은 작은 딸 스베틀라나.

반찬가게 거쳐 식당 운영
NYT 호평 이후 고객 몰려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4세가 집안 대대로 내려온 한식으로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가고 있다.

주인공은 러시안 밀집 지역인 브루클린 리틀 오데사 브라이턴비치에서 레스토랑 ‘엘자스 팬시 푸드(Elza’s Fancy Food)’를 운영하는 엘자 간(65)씨.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나 엔지니어로 일하던 간씨는 추첨 영주권에 당첨된 큰 딸 나탈리아(40)의 초청으로 2001년 1월 미국에 왔다. 러시아어밖에 몰라 베이비시터와 가정부 등으로 생계를 꾸려가다 6년 전 브루클린 19애브뉴에 식탁 2개짜리 반찬가게를 열었다. 간씨는 “우즈베키스탄 시장의 한국 반찬가게가 인기를 끌었던 것을 기억하고 여기 러시안 커뮤니티에도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1월에는 브라이턴비치에 좀 더 큰 규모의 식당을 열었고, 7월 음식평론가 데이브 쿡에 의해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후에는 미국인 고객도 늘어났다. 12월 말에는 뉴욕타임스 선정 ‘뉴욕시에서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식당 10곳’에 포함되기도 했다.

한식 메뉴 가운데는 평양냉면과 가까운 ‘국수’, ‘마르꼬프(당근) 채’, 홍어회와 비슷한 ‘생선 혜(hye)’ 등이 인기가 많다고 했다. ‘착-착’이라는 이름의 디저트는 한국의 강정과 거의 같았다. 우즈베키스탄 김치는 생김새는 똑같으나 젓갈이 들어가지 않는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의 음식이 3~8달러로 저렴했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고려인(까레이츠)들은 대를 이어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어 왔다”는 간씨는 “어머니와 시어머니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남편은 이미 1994년 사망했지만 다른 가족들은 모두 브루클린에 살고 있다. 두 딸 나탈리아와 스베틀라나(30)는 고려인과 결혼해 회계사로 일하고 있으며, 각각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사위들은 식당 이름에 ‘처갓집(At your mother-in-law’s)’이란 별칭을 지어주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결혼한 아들 알렉스(25)와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5세 며느리 래나 최(25) 사이에는 3개월 된 딸 미아가 있다.

간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플러싱 아씨플라자에서 장을 본다며 “집에서는 고추장·된장 등을 많이 쓰는 정통 한식을 더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

100여 년의 세월 탓에 한국과의 인연은 모두 끊어졌지만 ‘처갓집’ 장모님 손맛을 간직한 어쩔 수 없는 한민족의 후예였다.

박기수 기자 kspark206@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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