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내년 봄 서울에 나타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총리관저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베를린=안성식 기자]


독일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내년 봄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김 위원장의 초청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당시와의 차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엔 통치자의 정치적이고 적극적인 메시지”라고 했다. 초청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는 뜻이다.

 북한은 ‘불량 핵확산 국가’여서 지난해 4월 워싱턴에서 열린 핵정상회의에 초청받지 못했다. 그런 북한의 지도자가 한국의 중재로 서울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면 남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이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등 50여 개국 정상으로부터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 김 위원장 3남인 김정은으로 북한 권력이 세습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 회의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북한 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묵인 내지 용인이란 효과도 북한으로선 거둘 수 있게 된다. 북한은 또 6자회담 당사국의 협력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통령이 김 위원장 초청 의사를 밝히면서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 밝은 미래를 보장받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이 실현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생존전략의 핵심으로 여기는 한 “비핵화에 대해 국제사회와 확고하게 합의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전제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못박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어기고 핵개발을 계속해 왔고, 핵실험도 두 차례나 했다. 6자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 로드맵도 지키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란 전제를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작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비핵화를 공표하겠다는 생각을 진심으로 할 경우 도발에 대한 사과 문제에 대해선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이 자신의 체면을 깎고, 북한 군부의 반발을 초래할 대(對)남한 사과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서울 답방을 약속해 놓고도 지키지 않았다. 자신의 신변 안전에 극도의 신경을 썼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서울에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동포간담회에서 “한반도에 핵이 있다는 것은 통일을 지연시킬 것이다. 핵무기를 가지고 통일이 됐을 때 이웃 나라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월 ‘청와대 개편’ 없을 수도=이 대통령은 청와대 개편과 관련, “한나라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자리 잡는 것을 봐야 한다”며 “필요한 자리만 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8일 유럽 3개국 순방에 앞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의 티타임에서다. 이 같은 언급은 ‘5월 중 청와대 개편’이란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6월 말, 7월 초께 열린다. 따라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체제가 7월 또는 그 이후까지 유지될 걸로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베를린=고정애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