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사무실도 없던 이 남자 ‘게임 공룡’ 징가를 긴장시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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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준 대표

“어떤 사람들은 스마트폰 때문에 PC 켤 일이 없다고까지 합니다. 소셜게임의 진검승부는 모바일에서 벌어질 겁니다.”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게임빌의 송병준(35)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모바일 게임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트위터·페이스북을 PC보다 스마트폰에서 더 많이 쓰기 시작했고, 모바일 환경에서 국경 없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게임빌을 글로벌 1위 게임 기업으로 만들겠다”며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시가총액이 80억 달러(약 8조6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미국의 소셜게임 업체 ‘징가’를 꺾겠다는 것이다. 그는 “징가는 소셜게임의 굉장한 강자지만 게임빌은 모바일 게임을 10년 넘게 해왔기 때문에 모바일에선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게임빌은 ‘베이스볼 슈퍼스타즈’ ‘제노니아’ 시리즈 등을 글로벌 시장에서 히트시키며 명성을 얻은 게임업체다. 최근 게임빌은 게임업계가 놀랄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 게임빌이 세계 시장에서 유통을 맡은 게임들이 애플의 ‘앱스토어’와 페이스북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모바일 게임 ‘에어펭귄’(엔터플라이 제작)은 지난달 18~23일 앱스토어 유료 게임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앵그리버드’를 제치고 가장 많은 내려받기 수를 기록했다. 에어펭귄은 9일 현재 앱스토어 유료 게임 어드벤처 장르에서 여전히 1위(전체 게임 중에선 8위)를 고수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소셜게임인 ‘트레인시티’(라이포인터랙티브 제작)는 현재 월간 사용자가 190만 명에 육박한다. 업계에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의 토종 게임이 1위에 오른 건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2007년 미국의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아시아 최고의 젊은 사업가 25인’으로 선정했을 만큼 모바일 게임 분야의 리더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서울대 벤처동아리 초대 회장을 지낸 그는 2000년 사무실도 없이 모교인 서울대의 전산실을 오가며 지인 10여 명과 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초라한 출발이었지만 매출이 해마다 가파르게 늘었고, 지난해 매출 285억원, 당기순이익 147억원을 기록하는 등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다.

 에어펭귄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게임이지만 정작 국내에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다. 애플이 게임 사전심의제에 반발해 아예 국내 앱스토어에 ‘게임’ 항목을 삭제했기 때문에 국내 아이폰 사용자는 ‘한국’ 국적 이외에 다른 국적으로 아이디를 만든 뒤 게임을 내려받아야 한다. 송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선 1등인데 정작 국내에선 못 판다는 게 창피하다”며 “해외 청소년들이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나도 저런 게임을 개발하겠다’는 꿈을 키우는 상황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징가(Zynga)=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맺어진 친구들과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소셜게임을 만드는 미국의 세계 최대 소셜게임 업체. 시티빌과 팜빌 등 징가가 만든 게임의 월간 이용자 수는 3억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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