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두부, 원산지 중국서 자존심건 한판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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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원산지인 중국에서 한국 두부와 일본 도후(두부)가 한판 승부를 벌인다.

풀무원은 오는 3월초 중국 상하이(상해) 지역에 모두 16억원을 들여 두부 생산공장을 세우고 공장이 완성되는 올해말부터 이 지역에 포장두부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중국 상하이 지역의 두부시장은 판두부는 현지 국영업체가, 고급 포장두부는 일본계 합작법인인 욱양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로 한일 두부간에 사활을 건싸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풀무원은 미국에서 일본 두부업체와 맞서 싸워 시장을 쟁탈했던 화려한 과거가 있기 때문에 이번 중국 진출에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두부공장을 차리고 재미교포와 현지인을 대상으로 두부사업을 벌였던 풀무원은 당시 일본 히노이치사가 장악하고 있던 두부시장에서 현재는 하루 평균 3만달러 어치를 판매하면서 7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두부는 2100여년 전 한고조 유방의 손자인 회남왕 유안이 학자들을 동원해 처음 만든 것으로 중국은 매년 중국 안휘성 회남시에서 두부축제를 열 정도로 두부 종주국임을 과시해왔기 때문에 이번 한국 두부의 중국진출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장지현 명예교수는 "두부는 중국이 원조이긴 하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정식 식단에 오르지 못할 정도로 두부문화가 소외당해왔고 오히려 한반도로 넘어와 맛이나 조리법에서 꽃을 피웠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세종 14년 명나라 황제는 조선에서 보낸 궁녀들의 두부 만드는 솜씨가 절묘하다며 두부 잘 만드는 찬모들을 골라 보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두부로 꼽히는 고치(고지)현의 당인두부를 처음 만든 사람이 임진왜란때 포로로 잡혀간 경주사람 박호인이라는 기록으로 미뤄 우리의 우월한 두부문화를 가늠할 수 있다고 장교수는 주장했다.

풀무원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에서의 두부사업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두부 수요국인 중국에서 한국 두부의 성가를 드높이겠다"며 "장기적으로 서양인의 입맛에 맞는 두부 가공품을 개발해 유럽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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