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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건강] “치매환자에 안정감 주면 입속 건강에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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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치매가 있는 환자의 ‘입속’ 건강은 어떻게 지킬까.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치매 환자가 치료를 위협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하면 구강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간호학과 리타 자블로스키 박사팀은 7명의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2주일 동안 15개 정도의 행동 변화를 시도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의자에 앉았을 때 눈높이를 맞춰 접근하거나, 다가갈 때 편한 웃음을 보이는 행동을 한 것이다. 연구진은 단순하지만 그들과 교감하고 있고, 지금 하는 행동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이 아니 ‘몸짓’으로 표현했다. 그 결과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치아에 필름 형태로 끈적끈적하게 붙어 있는 치태 때문에 발생하는 염증 반응이 확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총 8개의 카테고리를 나눠 치매 환자의 구강 건강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 전에는 평균 7.29점이 나왔지만 연구 후에는 평균 1점이 나왔다고 밝혔다. 점수가 낮을수록 더 입안이 건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자블로스키 박사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시험 연구(pilot study)에 불과하지만 환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 자체가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실제 치매 환자의 구강 건강은 건강한 사람보다 훨씬 나쁘다. 하지만 치료가 어려워 건강 관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2010년 3월 핀란드 연구진이 ‘노인치의학회지(Gerodontology)’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75세 이상 건강한 노인 중 구강 건강이 좋지 않은 비율은 36.6%에 불과했지만 치매 노인은 그 비율이 77.8%로 두 배가 넘었다.

 서울대치과병원 치주과 김태일 교수는 “치매 노인은 치과 치료 자체를 거부하고 공격 성향이 강하다”며 “아직 정식 논문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이런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면 치매 환자가 다른 질환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치아와 잇몸 관리만 제대로 하더라도 당뇨병·동맥경화·심장병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의학계에서 거의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치주염을 일으키는 ‘포르피로모나스 긴기발리스’ 같은 박테리아가 입속에 있다가 몸으로 들어가면서 주요 부위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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