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폐 강국 북한, 이번엔 5000원권 자국 위조지폐에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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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5000원권 위조지폐의 대량 유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북한 당국은 위폐 조직을 색출하기 위해 최근 전문 상무팀을 조직했다고 대북매체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NKSIS)가 8일 보도했다. NKSIS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당중앙군사위원회가 보위 요원과 중앙은행 직원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상무팀을 꾸려 평양시ㆍ양강도ㆍ함경북도ㆍ평안남도에 내려보냈다. 위조지폐를 제조ㆍ유통한 밀매조직을 색출하기 위해서다. 최근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가 그려진 5000원권 위조지폐가 대량으로 평양시장과 평성시장 등에서 발견된 데 따른 조치다. 한 소식통은 “이번에 발견된 위조지폐는 대형 종이박스에 20억~30억원씩 포장돼 각 지역으로 배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를 받은 밀매조직들이 위조지폐의 30%를 달러와 위안화로 1차 세탁해 밀무역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는 위조지폐를 각 시장에서 현물로 바꾼 뒤 달러나 위안화로 다시 바꾸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지만 이번엔 곧바로 환전이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그만큼 정밀하게 위조됐다는 것. 한 소식통은 “이번 위폐는 육안은 물론 정밀한 검사기구로도 감지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현물이 아닌 다른 화폐로 직접 환전해도 될 만한 슈퍼노트”라고 말했다. 그는 “북 당국이 위폐 출처를 찾기 위해 군당국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위폐 밀매조직이 각 지역에 점조직처럼 퍼져 있기 때문에 출처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에선 화폐개혁설이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 당국은 2009년 말 옛 돈과 새 돈을 100대1로 바꾸는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이 같은 신구 화폐 교환 비율은 인플레이션을 잡고 주민의 장롱 속에 든 돈을 끄집어내기 위한 의도였다. 또 검은 돈을 모두 무용지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대북 소식통들은 “화폐개혁설이 돌면서 이미 북중 국경 지역에선 1달러당 북한돈 2600원 정도 하던 환율이 열흘 새 2700원~2800원까지 오르는 등 환율시장이 들썩이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 활동 위한 기술이 자국 화폐 위조로=북한은 미화 100달러 위조지폐 ‘수퍼노트’를 제조ㆍ유통시켰다는 혐의를 종종 받는다. 한ㆍ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위폐 제조를 평안남도 평성에 위치한 평성상표인쇄공장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공장은 우리의 한국은행 격인 조선중앙은행 산하 기관으로 노동당 재정경리부의 지도를 받는다. 철통 같은 경계와 출입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이곳이 수퍼노트의 진원지라는 것이다. 국내외 화폐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폐 제작 기술이 수준급이라고 평가한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각종 불법 활동을 위해 수시로 위폐 제작 기술을 업데이트한다고 보고 있다. 이 기술이 미화 100달러뿐 아니라 자국 화폐 위조에까지 쓰이게 된 것이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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