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박재완 경제팀, 민생 어려움에 귀 기울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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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기획재정부 장관에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정됐다. 주요 경제부처 장관에 전임 차관들이 내정된 만큼 박 내정자는 새 경제팀을 이끌 명실상부한 수장(首長)이라 할 수 있다. 지금 그의 앞에는 수많은 현안이 쌓여 있다. 물가는 불안차원을 넘어 대란(大亂) 수준에 이르렀고, 가계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청년 실업과 사회 양극화의 구조적인 문제들도 한시바삐 풀어야 할 과제다. 박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를 마무리할 구원투수일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할 짐을 함께 짊어지게 됐다.

 국민들이 새 경제팀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물가 안정일 것이다. 서민들은 양극화로 가뜩이나 주머니가 얇아진 데다 물가마저 치솟으면서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초대 강만수 경제팀이 금융위기 극복에 정신이 없었다면, 윤증현 경제팀은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렸지만 물가불안과 양극화의 숙제를 남겨 놓았다. 따라서 박 후보자는 최우선적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체감경기 개선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민생 현장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물가 안정도 기업을 압박하는 대증요법에서 벗어나 금리와 환율까지 자연스럽게 조정하는 정공법(正攻法)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재정 건전화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숙제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뼈대는 일자리 창출이라 할 수 있다. 수출 제조업에만 기대기에는 한계에 부딪혔다. ‘고용 없는 성장’과 사회 양극화만 깊어지고 있다. 마지막 대안이 바로 서비스산업 선진화다. 전임 경제팀도 여기에 신경을 썼지만 별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의료·교육 등의 대외 개방 시도는 결정적 국면마다 정치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주저앉거나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변질되기 일쑤였다. 이익단체들의 저항은 집요했고, 다른 부처의 실세 장관들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우리가 박 후보자에게 큰 기대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거쳤으니 누구보다 얼마나 서비스산업의 선진화가 중요한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오랫동안 대통령을 보좌한 만큼 주변의 방해를 정면 돌파할 리더십과 정치력을 갖추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실업과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서비스산업 선진화는 불가피한 수순이다. 이를 통해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늘어나야 가계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도 연(軟)착륙을 기대할 수 있다.

 더 이상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목소리만 높일 때가 아니다. 과감한 결단을 통해 실제 성과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구체적인 성공사례가 나와야 서비스업 규제완화의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새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안정과 체감경기 개선이다. 민생의 어려움부터 덜어줘야 정치·사회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리 경제의 새로운 탈출구를 찾기 위해 서비스산업 선진화에 정면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