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네 돈 내 돈 구분 않는 기업 문화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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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오른쪽 셋째)이 3일 청와대에서 경제5단체장과 오찬 회동을 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했다. 참석자들이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백용호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 대통령,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사공일 한국무역협회 회장. [안성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정부는 기업을 잘되게 하는 게 목표”라며 “어떻게 하든 그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청와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손경식 회장, 한국무역협회 사공일 회장,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희범 회장 등 경제 5단체장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다.

 이날 만남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 공유제 추진,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연기금 주주권 행사 등 대기업을 압박하는 주장이 나오고, 경제계에선 불만이 표출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 대통령이 “우리 기조는 여전히 친기업이다. 경제단체에 직접 설명하겠다”고 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날 “기업이 네 돈 내 돈 구분하지 않는 회계 문화를 바꾸는 등 경쟁력과 경영 투명성이 높아져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등 가시 있는 말도 적잖이 했다 한다. 예정 시간을 45분 넘겨 115분간 진행된 오찬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은 기업을 달래면서도 어르는 것이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경제 위기 이후 현 정부 조치로 인한 혜택을 누린 대기업들이 투자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미흡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며 “이 대통령 발언엔 이런 점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물가를 대화 주제로 삼은 대목부터가 그랬다. 이 대통령은 “채소값이 떨어지는 등 긍정적 요인도 있지만 국제 원자재 값 부담 등으로 (물가) 불안 요인은 여전하다”며 “기업들이 협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물가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이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반성장 문제와 관련해서도 비슷했다. 이 대통령은 우선 자율을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도 서로 상대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가능한 것이다. 법이나 제도로 강제한다고 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하는 게 좋다. 이것이 동반성장 얘기를 시작할 때부터 일관되게 가져온 나의 지론이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업이 국민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간다고 본다. (대기업) 총수들이 (동반성장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면 문화가 바뀔 수 있고, 그게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의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 사례를 들면서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잘 하고 있긴 하나, 퇴임한 기업 임원들이 소상공인을 상대하면 소상공인 입장에서 상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을 것”이라며 “자세를 낮춰서 해주면 좋겠다. 대기업들이 미소금융에 좀 더 신경을 써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단체장들에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는 되어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다음과 같이 대화가 이어졌다.

 ▶김기문 회장=상생이 화두가 되면서 때론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떼 쓰는 것으로 비친다. 대기업에서 노력하는 측면도 있는데 부각이 잘 안 되고 있다.

 ▶이 대통령=나도 정치를 해 봐서 안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김 회장=대기업에서 (전문 경영인보다) 오너처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나와 중소기업 대표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 그런 자리가 마련돼야 건의사항도 활발하게 오갈 수 있다.

 ▶허창수 회장=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회장단 회의 때 안건으로 올리겠다. 추진해 보겠다.

 ▶이 대통령=좋은 아이디어다.

 ▶손경식 회장=기업이 잘하는 부분도 있고 잘못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잘못하는 일부를 전부인 것처럼 얘기하면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 서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공일 회장=중소기업들이 해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전시회 참여 기회 같은 걸 확대하면 좋겠다. 특허권 보호 문제도 도와주면 좋겠다.

글=고정애·김기환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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