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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 정보 제공 ISI … 한 발은 CIA 다른 발은 탈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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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의 은신처 파악에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 군정보국(ISI·로고)은 테러 정보 수집에 뛰어나다. 빈 라덴이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60㎞ 떨어진 곳에 은신하며 허를 찔렀지만 ISI의 정보망을 벗어날 수 없었다.

 ISI는 파키스탄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부 산하 조직으로 군 참모총장의 지휘를 받는다. 빈 라덴의 은신처였던 아보타바드는 ISI의 북부 정보국이 관할하고 있다. 탈레반과 카슈미르 문제를 전담하는 북부 정보국이 빈 라덴의 은신처에 대한 최종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ISI는 1980년대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아프간 유격전사들을 훈련시키며 심리전을 지원했다. 당시 ISI는 “소련에 대한 아프간의 저항은 성전(聖戰)이다”는 메시지를 이슬람권에 퍼뜨려 지원을 끌어냈다.

 94년엔 파키스탄 내 난민캠프에서 탈레반을 조직하고 훈련시켜 96년 아프가니스탄에 탈레반 정권을 수립하는 산파 역할을 했다. 이런 인연으로 ISI에는 탈레반과 연결되는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은 아프간전쟁을 수행하면서 파키스탄과 연합 첩보작전을 펴왔다. 대략적인 정보는 글로벌호크와 군사위성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지만 결정적인 정보는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ISI는 아프간 정책을 놓고 미국과 보이지 않는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최대 자산인 탈레반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중 플레이를 벌이며 미국의 대테러전과 충돌하기도 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는 미국의 비밀 외교전문을 인용해 “2007년 미 정보 당국이 ISI를 알카에다·탈레반을 후원하고 있는 국제테러조직으로 분류했다”고 폭로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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