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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사부님' 김수룡이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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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월 스트리트의 한국계 금융인 사이에서 '사부'로 꼽혔던 김수룡(54.사진) 메리디엔파트너즈 회장이 6년 만에 대형 금융사로 다시 복귀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세계 4대 금융사 중의 하나로 꼽히는 도이치뱅크는 11일 김 회장을 신설된 한국그룹 회장직에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은행.증권사.투신사.부동산투자회사 등으로 구성된 한국 지사의 업무를 총괄하게 되며 도이치뱅크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사회 임원으로도 활동하게 된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뱅커(banker)는 일로 말할 뿐"이라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한 그는 20여 년 동안 뉴욕과 홍콩 등 국제금융계에서 'SR 킴'으로 불리며 '프로젝트 파이낸싱'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부산상고.동아대를 졸업하고 외환은행에서 4년여간 근무하던 그는 78년 매뉴팩처러스하노버은행(JP모건체이스은행의 전신) 한국 지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수한 영업실적으로 1년여 만에 뉴욕 본사로 스카우트된 그는 특수투자부장 등을 맡으며 80년대 중반 중남미 등에서 공기업 민영화.기업 구조조정 등의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사시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성실함을 인정한 회사는 이례적으로 그를 펜실베니아대학의 와튼경영대학원에 장학생으로 보내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받게 했다.

그의 '한국' 사랑도 남다르다. 메릴린치 본사 사장에 오른 김도우씨와 박장호 모건스탠리 홍콩 글로벌 마켓 담당 상무 등 한국계 직원들을 직접 발굴해 유망 금융가로 키워냈다. 80년 광주항쟁 당시 한국의 국제금융 차입이 막히자 한국수출입은행의 외화 차입을 여러 은행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신디케이션 방식을 활용해 재개시키기도 했다. 이후 케미컬은행 아시아본부장(홍콩)과 체이스맨해튼은행 한국 본부장을 역임한 그는 환란이 터지자 금융감독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아 외채협상.국가 로드쇼 실무작업에 참여했다.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 투자전문회사를 공동운영해온 그는 참여정부가 출범하자 대통령 자문 동북아위원회의 외자유치전문위원장으로 임명돼 서남해안 개발계획인 'J프로젝트' 등의 외자유치 업무를 맡아왔다. 화려한 경력으로 신설되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유력한 사장후보로도 거명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국제금융계에서 쌓은 경험과 인맥을 되살려 한국의 기간시설(SOC) 투자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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