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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게임 아버지 데이브 펠즈 아이디어 … 정렬 편하고 심리 안정 효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16호 20면

데이브 펠즈는 쇼트게임의 아버지라고 부를 만하다. 핑의 창업자 카르텐 솔하임처럼 엔지니어 출신이다. 인디애나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1961년부터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인공위성 개발의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다.
과학자로 성공했지만 그의 가슴 한쪽에는 한이 있었다. 그는 대학 시절 골프 선수로도 활약했는데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실력이 안 됐다. 대학 시절 그는 잭 니클라우스에게 무려 22번이나 패했다. 그는 자신의 문제점이 쇼트게임이라고 생각했다.
70년부터 펠즈는 쇼트게임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75년 휴직을 하고 골프 공부에 전념하다가 이듬해 아예 사표를 냈다. 쇼트게임에 관해 그는 매우 분석적이고 집요했다. 3년 이상의 데이터 집적과 연구를 통해 모든 샷의 60% 이상이 100야드 이내의 쇼트게임인 것을 알아냈다. 또 쇼트게임이 좋은 선수가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수치로 확인했다. 프로 선수들은 100야드 이상 거리의 샷 실수가 7%였는데 100야드 이내에서는 16∼20%인 것도 발견했다.
펠즈는 퍼터와 웨지의 스윙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하고 발명도 했다. 주로 연습기구였다. 솔하임이 스위트 스폿에 맞히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가운데 맞히지는 못해도 비슷하게 가는 퍼터를 만들었는데, 펠즈는 스위트 스폿에 잘 맞히도록 하기 위한 솔루션을 냈다. 양궁 과녁 같은 그림이 그려진 종이테이프를 페이스에 붙여 어느 곳에 임팩트했는지 알 수 있는 선생님 퍼터(teacher putter) 등 교육용이 많았다. 그러나 그가 만든 용품회사인 프리셉터(교사) 골프는 부도가 났다. 그러면서 묻혀버린 아이디어가 여럿 있었다.
그중 하나가 플라스틱 볼 3개를 페이스 뒤에 붙여 놓은 스리볼 퍼터였다. 퍼트 실수 중 가장 흔한 게 정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인데 이 퍼터는 볼을 죽 늘어놓은 것처럼 보이게 해 정확히 표적을 겨냥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페이스의 너비보다 길이가 길다는 이유로, 또 헤드 윗부분이 평평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불법 클럽으로 규정됐다.
펠즈는 회사가 망한 이후에도 연구를 계속했고 성과도 냈다. 제자 중 하나가 최고의 퍼트 실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벤 크렌쇼를 물리치고 퍼팅 대회에서 우승했고, 펠즈는 96년 25만 달러를 걸고 1만7000명이 참가한 퍼팅 챔피언십을 열기도 했다. 그는 골프 방송과 잡지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었고 그가 쓴 책 『쇼트게임 바이블』은 99년 뉴욕 타임스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필 미켈슨 등 뛰어난 프로 골퍼들이 그의 문하로 들어왔다. 그는 현재 9개 지역에 쇼트게임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쇼트게임 분야에서 그는 골프 스윙의 대가 데이비드 레드베터 이상의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캘러웨이의 자회사인 퍼터 전문업체 오디세이가 스리볼 퍼터의 아이디어를 쓸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오디세이는 클럽 페이스에 다른 물질을 삽입한 인서트(insert) 퍼터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업체다. 특히 2000년 볼의 껍질과 같은 재질인 흰색 우레탄을 붙여 부드러운 타구감을 느끼게 하는 화이트 핫 퍼터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디세이는 공이 아니라 공 모양을 퍼터에 그려 넣어 펠즈의 생각을 상용화했다. 정렬이 편할 뿐 아니라 어드레스 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인기는 대단했다. 2003년 시장 점유율 50%를 넘었고 아직까지도 가장 많이 팔린 퍼터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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