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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글씨의 만남, 장쾌한 민족의 기상을 표현하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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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호 06면

권창륜의 한라산, 기장영이(氣壯靈異)(2009), 종이에 먹, 150*786㎝, 서구 미술관 소장

카메라로 본 산의 ‘육(肉)’과 붓으로 본 산의 ‘영(靈)’이 하나로 ‘통(通)’했다. 한국 현대 서예의 거장 초정(艸丁) 권창륜(68)과 한국의 산악사진만 고집스럽게 찍어온 ‘산악사진의 종결자’ 안승일(65). 붓과 카메라라는 서로 다른 기록도구로 다른 장르의 작업을 해온 이들이 서로 짝을 이뤄 생동감을 더했다. 산의 기운 생동을 필획의 기운과 서사적 경구로 담아내는 권창륜의 작품은 모두 작업실이 아닌 산 위에서 쓰여졌다.

‘Mountain Soul & Spirit 권창륜·안승일 山의 靈&氣’전, 4월 30일~5월 22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1전시실, 문의 02-580-1300

힘찬 획은 능선처럼 흐르고, 산의 고고한 기상은 감상자의 마음에 서늘한 바람마저 불러일으킨다. 20여 년 전부터 백두산·한라산·지리산 현지에서 작업한 독창적인 세계는 산의 기운과 정기까지 붓끝에 담아 뿜어낸다. 10m가 넘는 초대형 작품에는 산의 신비한 기운이 무한대로 펼쳐진다.역시 20여 년간 전문 산악인보다 더 많은 곳에서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순간을 포착해온 안승일의 사진은 산이 만드는 가장 오묘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실제 산에 간 듯한 감동으로 전달한다. 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짐승처럼 산을 누비며 작업한 사진들은 관람자를 순식간에 산정상으로, 산골짜기로 인도한다.

안승일의 39백두산39, 220*70㎝, 작가 소장

안승일 작가가 포착한 백두산 천지의 신비스러운 물안개의 기운은 권창륜 작가가 명명한 대로 ‘만물이 시작되는 듯’하다. ‘기장영이(氣壯靈異)’의 필획에는 ‘기운이 장대하고 영성이 이채로운’ 제주도와 한라산의 자연풍광이 ‘기(氣)’자의 신령스러운 기운에 녹아 있다. 글씨가 곧 그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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