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주주권 적극 행사” 곽승준 발언…MB·이건희 회장 미묘한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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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친시장 … 기조에 혼동 주는 쓸데없는 얘기 말라”

이명박 대통령 첫 반응

이명박 대통령은 28일 “우리 정부의 본질은 친(親)시장이며, 그 다음이 (시장경제의 경쟁에서) 못 따라오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라며 “그 기조에 혼동을 주는 쓸데없는 이야기들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임태희 대통령실장, 수석비서관들과 함께한 티타임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대기업과 경제 5단체장들을 직접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대기업 지분을 가진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고 밝힌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입장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해석했다. 곽 위원장은 26일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대기업의 거대 관료주의를 견제하고 시장의 공적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본격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동반성장을 하더라도 타율이 아닌 자율 상생을 해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 지나친 간섭을 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곽 위원장이 4·27 재·보선 전날 연기금 문제를 공론화한 것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그는 “청와대에선 최근 ‘대기업과 공개적으로 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 정리한 상태였는데도 곽 위원장은 앞서 나갔다”며 “이 대통령이 ‘친시장’을 강조한 건 곽 위원장 주장으로 시장에서 쓸데없는 오해가 형성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애 기자

“연기금 주주권 환영”
이건희 회장 자신감?
곽승준 “통찰력 있다”

이 회장, 출근길 반응

곽승준 위원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연기금 주주권 행사’ 발언 파장이 새로운 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대기업 단체들과 일부 대기업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재계의 리더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공개적인 주주권 행사는 오히려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발언은 재계 일반의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 곽 위원장이 대기업 견제수단으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주장하자 재계에서는 “노무현 정부보다 심하다” “연금 사회주의나 마찬가지”라는 등의 격한 반응이 나왔다. 삼성그룹 측은 이날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시장경제에서 주주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원칙론을 언급한 것”이라며 그 이상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삼성 외부의 재계에서는 달리 보는 시각도 있다.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성봉 박사는 “삼성전자 지분의 51.3%를 가진 외국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이건희 회장(지분 3.38%)의 경영권을 얼마든지 흔들 수 있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 회장과 삼성전자가 잘하고 있다고 외국인들이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이 회장의 발언은 5%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에 의해 삼성전자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기금 주주권 행사 논란의 촉발자인 곽 위원장은 이 회장 발언에 크게 고무됐다. 곽 위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우리 자본주의 혁신과 진화를 위해, 기업 관료계층이나 경제단체들과는 달리 이 회장께선 매우 통찰력 있는 의견을 보이신 것”이라 고 말했다. 이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우리 기업의 경영권을 강화하고, 좋은 경영자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회장도 환영하고, 국민도 환영한다는데 반대하는 사람들은 과연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은 관료화된 이들 아니냐”고도 했다. 곽 위원장에게선 이명박 대통령도 자신의 이런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있다는 확신이 감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생각이 깊다. 수가 높다는 게 개인적 느낌”이라며 “경제단체들이 불쾌하다고 하는데 (논란의) 한복판에 계신 분이 그래야 한다고 하니까 놀랐다”고 말했다.

권혁주·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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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한민국 대통령(제17대)

1941년

[現]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1960년

[現] 삼성전자 회장
[現]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194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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